지난 20일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대구의 중학생은 자신의 괴로움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데가 없었다. 그가 남긴 유서에 따르면 가해자이자 친구들은 조직폭력배보다 더 폭력적이고 악질적으로 그를 괴롭혔다. 부검에서 나타난 그의 몸은 마치 고문당한 것처럼 전신이 흉터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작 권 군은 그런 괴롭힘에도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 주위 아무에게도 낌새 차리지 못하도록 감췄다. 더 큰 폭력이라는 보복의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친구들에게서 맞은 상처가 오래 돼 피멍이 노랗게 변해 있었지만 부모도, 학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300여 통의 협박성 문자 메시지가 왔지만, 가족들은 까맣게 몰랐다. 자녀의 폰 문자메세지를 확인하고 신체 이상을 체크하는 것조차 인권 침해여서 그렇게 무심했을까 궁금해진다.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이번엔 여고생이 투신 자살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사건의 원인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과연 지금의 교육 행정력으로 학교 폭력을 없앨 수 있을지, 또 청소년들의 자살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7월에도 이런 사건이 일어났던 학교였는데, 그 때도 어물쩍 넘어갔기 때문이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도 진행하고 학교 폭력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벌인다지만 과연 얼마나 진실하게 조사가 진행될 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떳떳하게 피해 사실을 밝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형식적 조사는 오히려 면죄부를 주고 은근히 폭력 행태를 감추기 위해 실태조사를 벌인다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또다른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
어느 부모도 자기 자식이 가해자일수도 있고 피해자일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자녀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가해 학생의 학교와 담임과 부모 까지도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해 봐야 한다. 우리 자식이, 우리 학교 아이가 그런 비행을 저지른다면 우리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연대감을 가질 때 폭력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따라서 학교 폭력은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