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조의 표명은 지난 1994년 김일성 북한 주석 사망 때와 비교하면 전향적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조의를 표명하지도 조문을 허용하지도 않았다. 그 결과 조문 논란이 극심한 남남갈등으로 이어졌고 남북관계도 크게 악화됐다. 정부의 입장이 달라진 것은 현재의 남북관계를 감안한 전략적인 판단이 작용한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류우익 통일부장관이 20일 국회에서 발언한 대로 “북한은 현실적으로 우리의 안보위협세력인 동시에 대화파트너인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과거보다 유연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94년엔 조의 표명에 비판론이 많았지만 지금은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조문특사를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진보. 보수 일각에선 조문을 둘러싸고 여전히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진보단체들은 정부의 태도가 너무 소극적이라며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조문단을 파견하는 용단을 내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보수단체들은 독재자의 죽음에 애도가 웬 말이냐면서 정부가 조문단을 파견해선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다간 이번에도 조문을 둘러싸고 남남갈등이 재발되지나 않을지 걱정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김 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꽉 막힌 남북관계를 뚫는 해법을 찾는 일이다. 그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백해무익한 조문논란을 빨리 접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