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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北 정보력 이대로는 안된다

정상호 기자
등록일 2011-12-21 21:49 게재일 2011-12-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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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보당국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북한측이 공식 발표할 때까지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과 김관진 국방장관은 20일 국회 정보위와 국방위에서 각각 김위원장의 사망을 북한 발표 이후에 알게됐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로 북한 체제의 폐쇄성이 생각보다 더 단단해 대북 정보 수집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북한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할 국정원이나 국방부 모두 한반도 정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이번 사건을 북한의 공식 발표로 알게됐다는데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보당국은 특히 북한 매체가 19일 오전 10시 “낮 12시에 특별방송을 할 예정”이라고 예고했음에도 김위원장의 사망을 눈치채지 못했다. 당국은 특별방송의 내용에 대해 내년 강성대국이나 김정일 부자 우상화 또는 최근 베이징에서의 북미합의와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예산을 쓰는 정보당국이 북한 내부에서 발생한 엄청난 사건에 대해 52시간 가까이 지나도록 모르고 있었다는 것과 북한이 특별방송을 예고했는데도 이를 김정일 사망과 연관짓지 못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북한은 이미 지난 1994년 김일성 국가주석이 사망했을 때에도 정오에 특별방송을 예고했으며, 이 특별방송에서 김주석의 사망을 발표한 전례가 있다. 북한이 정오에 특별방송을 예고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북한은 그동안 `중대보도`라는 형식의 발표를 몇차례 한 적이 있지만, `특별방송`이라는 형식의 발표는 김주석 사망 이후 이번이 처음이었다. 따라서 “정오에 특별방송을 한다”는 예고를 접했다면 당연히 김일성 주석 사망때를 떠올리고 김정일 사망을 의심해봤어야 했다.

정보당국의 대북 정보력이 한 탈북자 단체보다도 약했다는 평가가 나와도 당국은 할 말이 없게 됐다. 이처럼 취약한 정보력 때문에 국군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격변 가능성이 있는 시기에 일본으로 건너가 정상회담 일정을 마쳤다. 이쯤되면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군 정보당국은 정신차리고 북한 돌발사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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