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오름세…미식가들 벌써 군침
본고장인 구룡포에서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병풍에 늘어선 과메기가, 유통거점인 포항 죽도시장에서는 말끔하게 포장된 과메기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매년 과메기의 제철을 알리는 구룡포 과메기 축제도 이달 말(26·27일)이면 열린다.
예전의 과메기는 차가운 바닷바람에 얼고 녹기를 며칠이나 반복해야 상품으로 완성됐다. 그래서 제대로 추워지는 12월이나 돼야 과메기 참맛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건조 기술 등이 발달하면서 빠르면 10월 후반부터 비교적 질 좋은 과메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 김기영(41·포항)씨는 “지난달 말 동료들과 단풍 산행 갔더니 일행 중 한 명이 과메기를 챙겨 왔더라”면서 “산 속에서 먹는 과메기는 그야말로 별미였다. 먹기 전에는 좀 이르다 싶었는데 쫀득쫀득해서 한겨울 과메기 못잖았다”고 했다.
잘 알려진대로 과메기의 원조 원료는 청어였다. 동국여지승람에 보면 `매년 겨울이면 청어가 포항에서 잡히는데 먼저 나라에 진헌한 다음에야 모든 읍에서 이를 잡았다. 잡히는 것이 많고 적음으로 그 해의 풍흉을 짐작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다 세월이 흐른 후 청어가 잡히지 않게 되면서 과메기 원료는 꽁치로 대체됐다. 임금님 진상품이던 것에서 벗어나 서민 음식이 되기도 했다. 기름기가 많은 청어는 비린 맛이 강한 반면, 꽁치는 첫 맛은 비려도 씹을수록 말랑말랑하고 고소한 게 차이다.
그래서 그 참 맛을 제대로 알게 된 사람들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면 소주 한 잔과 과메기 한점에 매일 저녁이 행복하다. DHA와 오메가3지방산이 풍부하고 피부미용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과 아이들까지 과메기 마니아 대열에 합류한다.
인터넷쇼핑몰·홈쇼핑 등 물류시스템까지 급속도로 발달하자 매출 증가세는 더 커졌다. 생산량은 2006년 4천430t에서 지난해 5천209t으로 매년 늘고 있다. 2006년 400억이던 매출고는 불과 3년 만에 600억원으로 50%나 늘었고, 지난해에는 625억원 어치나 팔렸다. 포항시청 등 관련 기관의 추정치이기는 하지만, 음식점 등 2차 부가가치 산업까지 합하면 그 경제 파급 효과는 이 수치의 5배에 이른다고 한다.
포항시청 수산진흥과 수산물유통담당 관계자는 그에 발맞춰 과메기 산업의 기반도 갈수록 튼튼해진다고 했다. 소비시장 측면에서는 국내 소비가 매년 늘고 있는 것은 물론 작년부터는 민간업체들이 일본 등 해외 판로까지 개척했다고 했다. 여기에 지난 8월엔 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이 발족해 가격과 품질을 표준화할 수 있게 돼 과메기 산업의 발전 기반도 더 공고해졌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올해 과메기는 값이 지난해보다 더 오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원전사태 영향으로 일본산 꽁치 수입이 전면 중단되고 꽁치 주산지로 알려진 러시아 연안의 꽁치어획량이 줄면서<본지 10월26일자 1면 보도> 지난해 보다 20% 정도 값이 오른 것이다.
14일 죽도시장에서는 과메기 한 팩이(20마리·40편들이)는 지난해 1만5천원에서 13.3% 오른 1만7천원에 판매됐다. 이마트 포항점과 이동점에서는 과메기 4마리(8편들이)가 지난해 4천980원보다 24.5% 비싼 6천200원에 팔렸다.
포항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 김점돌 이사장은 “러시아 북쪽 어장 꽁치는 보통 11~12월이 되면 일본 연안으로 이동하는데 일본의 꽁치잡이 어선들이 쓰나미 영향으로 많이 파손돼 조업이 어려워진 점도 과메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냉동 꽁치 한 상자의 도매가가 지난해보다 4, 5천원 가량 비싸게 형성되고 있다. 냉동 꽁치 물량 확보 부족 등의 원인으로 올해 소비자가 맛볼 수 있는 과메기 소매값은 작년보다 2천원 정도 비싼 수준이며 이 가격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승희·윤경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