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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가야대 캠퍼스 10년만에 골프장으로 바뀌나

김종호기자
등록일 2011-10-17 21:11 게재일 2011-10-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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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야 고분군에서 내려다본 가야대 고령캠퍼스 전경.
고령은 조그만 농촌 군이다. 그런데도 거기에 한때 `가야대학교`라는 4년제 대학이 있었다. 대학이 읍 시가지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 주변에는 대학촌이 별도로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날인가부터 그 대학 학생들이 보이지 않았다. 경남 김해에 새로 캠퍼스가 만들어져 옮겨갔다고 했다. 고령 캠퍼스와 주변 대학촌은 텅 비어졌다.

딴 곳이나 외국 다른 나라에서도 더러 있는 일일까? 그럴지 모르나, 고령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없이 어리둥절해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지 어느덧 8, 9년. 근래 와서 고령 캠퍼스를 놓고 특별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그 터에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규모는 10홀. 고령군청이 이 요청을 정식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2004년 학생 전원 김해캠퍼스로 이동

하숙 원룸 식당 등 모든 상가 초토화

이제와서 “상권활성화” 큰소리 뻥뻥

◇고령 가야대 개설과 대학촌 형성 = 설립자는 학교법인 `대구학원`이다. 1992년 12월23일 `가야요업대학`으로 설립 인가를 받았다. 요업공학과·전자세라믹공학과·산업디자인학과 등을 갖춰 1993년 3월13일 개교했다. 1994년 10월 공학부, 디자인학부, 경상·사회학부를 추가 개설했다.

1995년 3월1일 `가야대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1999년 11월 일반대학원 석사 및 박사 과정, 세라믹국제정보대학원·국제통상경영대학원·교육대학원 석사 과정 설치 인가를 받았다.

학교가 자리한 고령읍 지산3리 일원에는 대학 입지와 함께 대학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외지 학생들이 입주할 주택이 거의 없는 지구다 보니 초기엔 블록벽돌을 쌓아 슬레이트 지붕만 얹어도 세가 나갔다. 학생들이 밥 사 먹을 곳이 없으니 주민들은 하숙을 쳐 돈을 벌었다.

수요를 눈치챈 주택회사들이 들어오기 시작, 5.5평형 원룸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건축업자는 6.5평형, 또다른 이는 7.5평형을 지었다. 8.5평형까지 생겨났다. 일대는 택지 기반시설이 부실했지만 그런 것도 별 문제되지 않았다.

학생들이 몰려들자 일대 상가들도 불야성을 이뤘다. 택시기사들 또한 학생들의 호출로 호황을 누렸다. 부동산이 뭔지도 모르던 농부들은 땅을 내주기 일쑤였다. 외지 투기꾼들의 여러 손을 거치면서 토박이 땅주인은 거의 마을을 떠났다.

◇10년만의 황폐화 = 가야대학교는 2003년 3월2일 김해캠퍼스도 개교했다. 국제관광통상학부, 디지털경영광고학부, 보석학부, 인문자율전공학부, 자연자율전공학부, 사회복지경영학부를 뒀다.

그리고는 2004년 3월 호텔경영광고학부, 관광통상복지학부, 호텔조리영양학과, 언어치료학과, 초등특수교육학과, 유아교육학과 신입생 및 재학생을 김해캠퍼스로 이전했다. 이후 고령 캠퍼스에는 학생이 없어졌다.

이후 고령 캠퍼스 일대에는 찬바람만 분다. 캠퍼스야 또 그렇다 치더라도 주변 대학촌은 말이 아니다. 상가는 대부분 텅비어 셔터가 내려져 있고, 원룸들도 입주자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운영이 버거워진 원룸 주인들 중에선 결국 3층짜리 건물을 통채 버려두고 떠난 경우까지 있다. 현재 완전히 버려진 건물만도 10여 채에 이른다. 가동되는 것 또한 25만원하던 월세가 1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학생들의 수요를 대신 메우다 보니 서민형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8월에는 원룸에서 한 30대 남성이 숨진 뒤 한참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거주자 중 일부는 주소가 부정하고 혼자 사는 사람이 드물잖다.

◇골프장 전환 추진 = 이런 상태이던 캠퍼스에 가야대학교가 근래 `대가야 퍼블릭 골프장`을 건립하겠다고 나섰다. 고령캠퍼스 땅 중 3분의 2에다가 10홀 크기 골프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승마학과, 레저스포츠학과 등을 신설해 학교를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대학 관계자가 써 놓은 한 인터넷글에는 “사회적 변화에 맞는 레저스포츠학과를 신설해 김해 캠퍼스의 모체이자 공동화돼 온 고령캠퍼스를 활성화시켜 반드시 생동감 넘치게 만들겠다”는 요지의 다짐도 보인다.

고령군청에 따르면 골프장 전환을 위한 관리계획 결정(변경) 신청은 지난 6월3일 접수됐다. 학교시설을 체육시설로 변경하고, 일부 농림지역 사업대상 부지를 골프장설치가 가능한 계획관리지역으로 용도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군의회에 대한 군청 기업도시과의 보고와 군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 등을 종합하면, 캠퍼스 전체 부지는 62만8천㎡이다. 그 중 골프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목적용재산에서 수익용재산(체육시설)으로 용도변경이 필요한 부지는 46만8천여㎡다. 또 그와 별도로 인접 쌍림면 고곡리 일대 농업지역 7만7천923㎡를 계획관리지역으로 용도변경해야 한다.

이에 군청은 6월27일 관련 부서 협의를 거쳐 8월8일 사전환경성 검토 협의회를 구성해 심의했고, 지난달에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오늘(17일)까지 군의회 의견 청취 절차를 거치며, 이달 중 군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이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또 월내에 경북도청에 도시계획 시설결정을 신청, 12월 중 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까지 마칠 계획이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내년 하반기 골프장 건설에 착수, 일년여 뒤면 개장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했다.

동시에 추진 중이라는 신설 학과 학생 모집은 내년 말에 가능토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주민 궁금증 = 주민설명회와 군의회 질의응답에서 드러난 주장과 궁금증은 △대학이 김해로 옮겨가 주변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골프장 만들 돈으로 학교를 정상화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겠나? △유독성 농약 사용 및 야간조명으로 인해 인근 주민의 건강과 농사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 대책이 있나? △골프학과 신설 약속의 철저한 이행 등을 통한 주변 상권활성화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골프장을 만들면 세금이 도대체 얼마나 들어올 수 있나? △9홀이 아니고 하필 왜 10홀이냐? 등이었다.

관련된 주장과 답변은 △밤 9시 이전에 골프장 불을 꺼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골프장을 만들면 연간 5억원 정도 군청에 들어올 전망이다. △농업지역에서 관리지역으로 변경하면 골프장에 들어가는 편입 땅값이 많이 오를 것이다 등등이었다.

이를 다루는 군의회 임시회는 지난 6일부터 오늘까지 열리고 있다. 이 사안에 대한 의견은 마지막날인 오늘 정할 예정이다.

사전 환경성 검토를 위한 주민설명회는 지난달 22일 오후 가야대 캠퍼스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인근 지산3리 및 고곡1리 주민 16명과 학교·군청 관계자 10여명이 참석했다. 그 자리서 지산3리 공정창 이장이 “주민들의 협조만 바랄게 아니라 그 애로사항을 생각해 줘야 한다”고 지적하자 이경희 이사장이 “주민들이 돈 달라고 하는 건가? 그렇다면 골프장이든 뭐든 아무것도 안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주민 민심 = 주민들은 골프장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무엇보다 다른 골프장 전례로 볼 때 상권 형성이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적고, 세금이 늘어난다고 해도 현지 주민들에게 돌아올 건 아니라고 했다.

골프학과가 만들어져 일부 유입인구가 생겨날 지 모르지만, 대학을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김해캠퍼스 이전 때 상해가 너무 컸던 탓인 듯했다. 일부 주민은 “고령캠퍼스 조성 때 일대 땅값은 7천~8천원에 매입됐다”며 “군청은 차라리 그 땅을 환수하는 게 옳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현지 주민들은 “지역 슬럼화 문제를 대학이 아니라 대가야문화권 개발과 연계해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령/김종호기자 jh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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