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산먼지 소음 등 환경문제로 주민 반발
시청 자진폐업 권고… 대체지 선정 난항
안심연료단지는 오랫동안 서민 연료인 연탄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 왔다. 지난 1983년에만 하더라도 연탄은 연료 중 83%를 차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연료의 석유화와 함께 삶의 질 개선, 환경의식이 높아지면서 반야월 안심연료단지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효자가 애물단지가 되는 순간이었다.
주민들은 비산먼지, 차량소음, 진동 등의 피해를 주장하며 이전을 강력히 요구하고 대구시는 자진폐업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입주업체들은 대체지를 선정해 주기 전까지는 이전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이런 상황은 10년 전부터 계속 이어져 왔지만 아직껏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 지역은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대구시장, 대구시의원, 구청장, 구의원 출마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안심연료단지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최대의 현안문제로 부각돼 왔다.
그러나 아직껏 이를 속시원하게 해결한 인사는 아무도 없었고 주민은 주민대로, 연탄공장 업주들은 업주대로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있다. 이런판에 대구시가 폐업안을 제시한 것이다.
○안심연료단지의 규모
지난 1971년 10월 대구시내에 산재해 있던 연탄업체들을 모아 동구 율암동 반야월 9만8천485㎡의 부지에 안심연료단지로 조성했다.
그 후 2001년 인근지역을 포함한 31만1천700㎡ 부지를 대상으로 하는 안심연료단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다.
입주 당시 24개 업체가 가동하면서 지난 1983년에는 무려 150만t의 연탄을 생산했지만 현재는 태영씨엔이를 비롯한 3개사로 줄면서 매년 12만6천t의 연탄을 생산하는데 그치고 있다. 또 이곳에는 쌍용양회와 태영콘크리트, 삼덕아스콘 등의 회사가 함께 입주해 있다.
당초 연탄산업의 사양화로 20여년간 동구 주민과 애환을 함께해 온 안심연료단지는 대구선 이설이 완료되는 2002년 말을 전후해 대구시가 주민들의 공해업종 유치반대 등에 따른 지역내 이전지 확보 어려움 등으로 폐쇄 쪽으로 가닥을 잡았었다.
○문제의 발단
지난 2008년 11월 `동구 경제살리기운동본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안심연료단지 이전을 거론하면서 시작됐고, 2009년 3월 소규모 산업단지 조성방침 결정에 이어 2010년 1월 대구광역시계획 변경을 확정하면서 이슈의 시발점이 됐다.
이에 따라 안심연료단지 입주업체들은 당시 대경경제연구원에 용역을 주고 이전 대체지로 생각하고 있던 수성구 가천동 화물 중계역인 가천역 인근의 3만평에 대한 타당성 유무를 조사했지만 입지곤란을 이유로 파기됐다.
이어 2차로 국가공인 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권혁수 박사를 팀장으로 하는 용역팀이 1년6개월에 걸쳐 수성구 가천동 가천역에 대한 이전 타당성을 조사했지만 올 3월 조성비 과다와 입지여건 등을 이유로 `곤란하다`며 이전 타당성이 없다는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 7월 안심2동 주민자치위원회와 대구시, 대구시의회 등이 나서서 이전 관련 간담회를 열기에 이르렀고 지난 7월21일 안심2동 주민 350여명이 시청과 동구청에서 집회를 열면서 본격적인 이슈가 됐다.
○이슈 진행과정
동구 안심2동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에 따라 대구시는 지난 8월10일 지역 에너지 수급관리 토론회에 이어 22일 안심연료단지 민원대책반(TF)을 구성했으며 김천, 의성, 경주, 성주, 경남 밀양 등지의 공장을 방문해 대구지역 연탄공급을 협의했다.
대구시는 안심연료단지 입주 업체의 자진폐업을 유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했다.
그 뒤 지난 4일 대구연료조합 양방희 이사장과 이기호 상무 등이 동구청을 방문, 관련공무원 5명과 은희진 동구 안심2동 주민자치위원장등과 함께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연료조합측은 대체 이전지를 마련해 주면 현재 3개의 공장을 1개로 합쳐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주민과 대구시, 동구청, 업체들이 상호 승리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주민과 환경단체 주장
안심2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지난 4일 회의에서 “40여년간 지역 주민에게 공해 피해를 주고 있으니 하루속히 이전해 공해로부터 해방되도록 조치하지 않으면 계속 집회와 공해 단속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또 대구시에 대해 “안심연료단지 이전을 두고 이슈화 될 때마다 대체부지 선정 등을 이유로 시간을 끌어 왔고 이로 인해 고통과 불만이 쌓인 주민들의 감정은 마침내 폭발하게 됐다”며 시의 무성의한 태도를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지난달 21일 대구연료산업단지에 대한 무책임하고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지역주민과 연탄공장간 갈등만 조장하는 대구시는 올바른 해법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대구·경북녹색연합측은 “대구시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뢰한 용역결과를 지역 주민대표와 간담회를 통해 공개하면서 지역 내에서의 대구연료산업단지 이전은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밝혔다”며 거듭 대구시의 해법 제시를 요구했다.
이어 “이는 지난 1997년 장기도시계획 수립 때 대구연료산업단지의 이전을 계획하며 공론화된 대구연료산업단지의 이전문제가 대구시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응으로 시간만 보낸 결과물”이라며 “이런 대구시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동구 안심지역 주민의 아픔과 피해만 가중시켰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구시가 연탄업체의 자진폐업 유도와 대성산업의 부지를 확보해 재개발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이런 계획은 현재 생산되는 연탄 대부분을 서민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상당한 수요가 있음에도 외곽 지역에서 수급하겠다는 안일한 계획만 세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결방안
현 상태에서 주민과 환경단체는 빠른 이전을 요구하고 있고 업체측은 대체지만 마련된다면 언제든지 축소해서 이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구시 역시 자진 폐업을 염두에 둔 연탄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주 이해 당사자들이 모두 모여 공청회를 통해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보이지만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 한다면 10여년 이상 끌어온 안심연료단지 문제는 계속 공회전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찾는 일이 급선무로 지적되고 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