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박영선 의원이 후보로 선출됐으나 박원순 변호사와 `범야권 후보단일화 경선`이란 준결승 경기가 남아있다. 박 의원은 이 경기에서 이겨야 비로소 `서울시장 보선`이란 결승전을 치룰 수 있게 된다.
여권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비록 단일화 원칙에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한나라당 후보로 최종확정될 예정인 나경원 의원과 이석연 변호사가 `범여권 단일후보`라는 또 다른 `조별예선`을 거쳐서 서울시장 보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서는 그동안 여야대결에서 단골메뉴가 됐던 `안정론 대 견제론`의 구도가 사라졌다. 또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여성 후보를 내세웠고, 시민사회에서는 박원순 변호사나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 남성후보가 나서게 돼 `여성 대 남성`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특히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범여권, 범야권후보를 자임하면서 `정당 대 탈정당`, `조직 대 바람`의 대결구도로 선거가 치러 질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정치권에서는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공천후보가 당내가 아닌 당외의 시민단체 또는 재야 후보들과 단일화라는 명분을 위해 또 다른 예선전을 치르는 것은 사상 유례없는 기현상이자 정당정치를 뿌리째 흔드는 일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 정치권에서도 “당내에서 확정된 후보가 당외 후보와 또 다시 단일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은 그 정당이 이미 `불임정당`임을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만약 당외 후보가 최종후보가 되고,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향후 정국에 엄청난 파장을 미치게 될 것이란 게 이들의 우려다. 즉 기존 정당정치 및 구태정치에 대한 불신이 `안철수 신드롬`을 거쳐 서울시장 선거에서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야 정당은 잊지 말아야 한다. 정당의 본령은 당의 정강·정책을 내 걸고 국민의 지지를 모아 정권을 획득하는 것이다. 선거에서 이기려고 당외 인사와의 단일화에 골몰해서야 정당의 존재의의는 어디서 찾을 것인가. 그래서야 불임정당이란 비판에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