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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카다피`에 빈틈없이 대비해야

정상호 기자
등록일 2011-08-25 21:05 게재일 2011-08-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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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에서 40여년간 무소불위의 독재권력을 휘둘러온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사실상 종말을 고했다. 6개월간 카다피 축출 투쟁을 주도해온 반군 대표기구 과도국가위원회(TNC)는 23일 반군의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무스타파 압델 잘릴 TNC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카다피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리비아 국민이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했다. 언론보도로는 반군이 수도 트리폴리 전역을 거의 장악했다. 국영방송과 통신, 공항 등 핵심시설도 모두 반군의 수중에 떨어졌다. 카다피는 행적이 묘연하고, 아들들은 생포되거나 투항했다고 한다. 카다피가 고향 등지에서 친위세력을 규합해 최후의 항전을 벌일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카다피의 몰락은 무혈 쿠데타로 왕정을 무너뜨리고 권좌에 오른 지 42년만이다. 북아프리카의 튀니지를 발원지로 한 거센 민주화 바람 속에 시작된 `재스민 혁명`의 불길이 철옹성 같았던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에 이어 카다피 정권마저 집어삼킨 것이다. 부자 세습 정권이 버틴 시리아에서도 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민주화 시위가 몇달째 이어져 카다피 정권의 몰락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재 여러 가지 죄목으로 재판을 받는 무바라크처럼 카다피도 생포되면 법의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카다피의 몰락과 함께 그가 외국에 숨겨놓은 비자금 규모가 500억달러(한화 54조 원)에 이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무바라크와 카다피의 몰락은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독재정권의 말로가 어떻다는 것도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리 정부는 포스트 카다피의 추이를 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카다피 체제 붕괴가 기정사실로 굳어진 만큼 머지않아 새로 들어설 정권과 돈독한 관계를 수립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소식이다. TNC가 카다피 퇴진 후 8개월 안에 새 정권 수립을 위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한 사실을 주목하면서 외교적 대응을 해나가겠다는 구상이라고 한다. TNC에 미화 100만달러 정도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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