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스타와 완벽한 배우의 모습 보여주고파”
이민호(24)는 활짝 웃었다.
최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시티헌터`에서 해결사 이윤성을 연기했던 그는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다소 야윈 듯했지만, 눈빛 하나만큼은 여전히 `시티헌터` 다웠다.
지난 5일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이민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비로소 `반짝스타` 이미지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에는 배우라기보다 `반짝스타`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 같아요. `꽃남`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죠.(웃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초조해하진 않았어요. 시간이 지나면,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는 그 이미지가 벗겨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는 “이번에 `시티헌터`라는 작품을 하면서 `배우 이민호`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기뻤다”면서 “시티헌터를 만난 건 행운”이라고 했다.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인 `시티헌터`는 북파공작원 출신 의붓아버지 이진표(김상중)에 의해 시티헌터로 자란 윤성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악을 처단하는 과정을 그린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이민호는 극중 `숟가락 액션` `모자 액션` `물통 액션` 등 다양한 액션 연기를 소화했고, 그 과정에서 차량이 반파되는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야 했다.
말 그대로 `피땀`으로 완성된 액션 장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골라달라고 하자 그는 “숟가락 액션”이라고 답했다.
“사실 그 장면은 원래 칼을 써서 급소를 빠르게 공격하는 거였는데 드라마에서 보여주기에는 너무 잔인하다 싶어 숟가락으로 바꿨죠. 결과적으로 멋있는 장면이 나와 기뻤어요.”
그는 “촬영 초반 태국에서 스틱을 가지고 하는 액션을 찍을 때는 손목도 다치고 해서 각이 잘 안나와 아쉬웠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액션이 몸에 익어 좋은 장면이 나오더라”라면서 “생각보다는 NG도 많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생방송 드라마`의 압박감만큼은 견디기 어려웠다고 한다.
“6회가 끝난 뒤부터는 거의 생방송이었어요. 감독님도 이제까지 한 작품 중 이번이 가장 아쉬웠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시간의 압박이 심했죠. 충분히 대본을 보고 계산도 하면서 연기를 해야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으니 너무나 아쉬웠어요. 특히 8회를 넘기면서부터는 신(scene)만 보고 급하게 찍을 정도로 시간에 쫓기다 보니 `이렇게 연기를 하는 게 과연 좋은 방법일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시티헌터`는 복수의 방법을 놓고 윤성과 사사건건 대립해 온 진표가 마지막 처단 대상인 대통령 최응찬(천호진) 암살에 실패한 뒤 죽어가면서 `내가 시티헌터`라고 말해 윤성을 보호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진표와 함께 총을 맞은 윤성은 가까스로 살아나 연인 나나(박민영)와 재회하지만, 윤성이 살아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지 않으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윤성 유령설`이 나오기도 했다.
“대체 어딜 보고 윤성이가 죽었다고 생각하신 걸까요.(웃음) 나나가 검은 옷을 입고 있어서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 나나는 윤성이가 아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렇게 입은 거에요.”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박민영과 `부자의 연`을 맺었던 김상중에 대해서는 최고의 파트너였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민영 씨를 안 지는 5년 정도 됐지만, 사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 보니 별로 친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든, 인간적으로든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라는 걸 느꼈죠. 최고의 호흡이었다고 할 만큼 좋은 파트너였어요.”
그는 “김상중 선배님의 경우 정말 아버지를 한 명 더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만큼 잘해주셨다”면서 “선후배가 아닌 동료 배우로서 제게 맞춰주려고 하셔서 항상 감사했다”고 말했다.
`시티헌터`를 통해 이민호가 얻은 건 뭘까.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끄는 역할이었고 캐릭터의 감정선도 왔다갔다 하다보니 감정 조절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거기서 오는 성취감이 컸어요. 내가 생각한 만큼 감정선을 끌어올릴 때의 성취감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민호는 앞으로 스타와 배우의 두 얼굴을 오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때로는 화려한 스타의 모습을, 때론 완벽한 배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 둘을 완벽하게 가져갈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어느 하나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네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