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하기 위해
지나온 흔적을 뒤돌아보며 나는 새가 있다
그 새는 하늘에 발자국이 찍혀지지 않을 땐
부리로 깃털을 하나씩 뽑아 던지며 난다
마지막 솜털까지 뽑아낸 뒤엔
사람의 눈으로 추락하여 생을 마감한다
오늘은 내가 그 새의 장례식을 치른다
저 하늘의 새털구름
그 새의 흔적이다
공중에 발자국을 찍으며 나는 새의 이미지는 허공을 짚고 내려오는 거미의 그것에 비할 때 시적 자아의 강력한 확장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줄을 타고 내리는 거미의 행로는 결국은 피동적이고 존재구속적이다. 반면에 새는 거리낌 없이 비상하며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시인은 자유의 실현 자체에 무게를 두는 것이 아니라 자유의 실현에 따른 존재확인의 요구, 또 다른 구속이다. 어쩌면 시인 자신의 존재가 이와 다를 바가 없다는 인식에서 씌여진 시라 할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