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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기름값, 이젠 소비자 나설 때다

정상호 기자
등록일 2011-07-19 21:02 게재일 2011-07-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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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이 정말 묘하긴 묘하다. 정유사들의 기름값 한시적 인하 조치 이후 오르기만 하는 석유제품의 주유소 판매가를 두고 정부와 정유사, 주유소가 벌이고 있는 `공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서울지역 휘발유값은 ℓ당 2천 원를 넘겼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유가, 환율 등을 감안하면 휘발유값이 2천 원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한 직후 보란 듯이 오른 것이다. 정부는 `기름값 인상의 설득력이 없다`며 정유사와 주유소에 직격탄을 날렸다. 기름값 인상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정유사와 주유소는 서로 `네 탓`이라며 발뺌하기에 바쁘다. 정유사는 공급가를 낮췄는데 소비자가격이 오를 이유가 없다고 한다.

정유사들은 고물가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요량으로 지난 6일까지 3개월간 한시적으로 기름값을 일정액 인하했다. 모양은 자발적이지만 실상은 정부와 여론의 압박에 못이겨 내린 조치였다. 기름값 환원 시한이 임박해서는 일시 환원에 따른 소비자 충격이 우려돼 `가격 연착륙` 압박을 받았다. 이 때문인지 판매 가격을 알게 모르게 서서히 올리다가 물가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부와 소비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수상한` 기름값 때문에 정유사들이 고물가 고통 분담 대열에 참여하고도 허사가 될 판이다.

정부는 최근 기름값과 관련해 나름대로 분명한 해석을 내렸다. 이례적으로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의 분석결과까지 동원했다. 소시모의 분석내용을 보면 휘발유의 경우 ℓ당 100원 인하 조치 기간에 정유사 마진은 ℓ당 평균 78원이 줄었지만 주유소 마진은 오히려 22원이 늘어 휘발유값 인하 효과가 56원에 그쳤다. 임종룡 기재부 1차관은 “소비자단체의 분석이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다”면서 “스스로 약속한대로 기름값을 인하하지 않은 것은 정유사와 주유소의 소비자 신뢰를 크게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수상한` 기름값의 배후로 정유사와 주유소를 지목한 것이다. 정부의 압박 강도를 읽을 수 있다. 유류업계는 정부가 다른 대책 찾기보다는 업계의 희생만 강요한다며 불만이다. 업계는 불만을 토로하기에 앞서 기름값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분명히 대야 한다. 그렇게 억울하면 있는 그대로 밝히고 일반 소비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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