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산서원의 공간구성은 무변루(無邊樓)가 중심이 되는 진입부, 강당이 중심이 되는 강학부, 제향 기능을 가진 사당부 그리고 서원을 관리하는 부속사 등 크게 4개 영역으로 구분된다. 외삼문-강당-사당이 동일 축선상에 자리하여 전면에 강학 공간인 강당을 두고 후면에 제향 공간인 사당을 배치한 전학후묘 배치법식을 따르고 있는 소박하면서도 간결한 모습을 보여 준다. 평삼문으로 건축된 서향을 한 서원의 정문인 역락문(亦門)을 들어서면 중층 누각인 무변루가 자리하고 있다. 무변루는 정면 5칸 측면 2칸 규모로 누각 하층은 출입 공간으로, 상층은 가운데 3칸 대청을 중심으로 좌우에 온돌방을 둔 중당협실형 평면을 꾸몄고 누각 주변은 계자난간을 둘러 한층 단아하게 느껴진다.
한석봉이 쓴 `무변루(無邊樓)`라는 편액이 걸린 누각의 하부를 지나 안마당에 오르면 정면 5칸 측면 2칸의 중당협실형 평면으로 꾸민 구인당(求仁堂)이란 당호를 가진 강당이 있다. 좌측 온돌방은 해립재(楷立齋)라 하고 우측은 양진재(兩進齋)라 하였다. 강당 앞 좌우에는 원생들의 기숙사격인 민구재(敏求齋)와 암수재(闇修齋) 편액이 걸린 동·서재가 있다. 강당의 정면 상부에 걸린 `玉山書院`이란 편액은 추사 김정희가 54세에 제주도에 귀향가기 전에 쓴 글이다.
강당을 옆으로 돌아 뒤로 가면 이언적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사묘인 체인묘(體仁廟)가 있는데 내삼문을 통하여 출입할 수 있다. 그 동편에 경각 곧 어필각(御筆閣)과 문집판각을 두어 내사전적(內賜典籍)과 회재문집 등을 수장하고 있다. 특히 옥산서원의 소장본 중 `정덕계유사마방목(正德癸酉司馬榜目)`은 1513년에 실시한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하나인 생원시와 진사시를 합쳐 부르는 사마시의 합격자 명단인데 이것은 현재까지 발견된 활자본 중 가장 오래된 책으로 보물 제524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밖에도 옥산서원에는 삼국사기와 조선 중종 때 문신 신공제(申公濟, 1469~1536)가 역대명가(歷代名家)의 글씨를 탁본한 해동명적(海東名蹟) 그리고 이언적의 자필고본(自筆稿本)인 이언적수필고본일괄(李彦迪手筆稿本一括) 등이 보물로 지정되어 보관돼 있다.
옥산서원의 건물 자체는 건축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지는 못하지만 서원의 공간적 처리방법이 돋보이고 보관 중인 서책들의 명성이 아주 높다. 특히 조선의 명필 한석봉과 추사 김정희의 친필 편액을 만나볼 수 있다.
/영남이공대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