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했던 강원도 민심이 근래 들어 야당 지지세로 돌아섰는데도 정부 여당이 이번 행사유치에 대통령까지 나서서 총력을 쏟는 모습은 여야를 떠나 흐뭇하게 보였다. 언론도 이전에 보기 드물 만큼 평창의 성공을 며칠씩이나 특집 보도를 하고 여야 정치권도 모처럼 한 목소리로 평창 올림픽 준비를 위한 거액의 사업예산 마련에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평창 올림픽이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 같은 예감을 준다.
그러나 이같은 국민적 환호의 뒤안길에 대구·경북권 주민들은 마냥 기쁨만 가질 수 없는 소외감에 착잡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 다음 달 대구에서 개최되는 세계3대 스포츠 이벤트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마무리 준비가 한창인데도 7년 뒤에나 열리는 평창의 개최지 유치만도 못한 성원을 받고 있어서다. 지방정부와 대구시민들만의 나홀로 잔치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평창지원 대책이 연일 발표되고 지원예산액이 약7조 원~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것과 비교해 대구 육상대회에는 정부지원이 거의 없다는 것은 아무리 마음을 좋게 가지려해도 지역 왕따의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대구·경북 주민들의 평창 올림픽 유치에 대해 축하는 마음은 다른 지역 주민들과 마찬가지지만 정부의 차별적 태도만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스포츠를 정치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같은 비중의 행사에 정부의 차별적 지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선뜻 해답을 구할 수 없다.
특히 대구 경북권은 이미 신공항 무산, 과학벨트 탈락 등 국책사업에서 왕따가 된 뒤끝이기 때문에 온갖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충청권 이외에도 강원권이 수도권에 편입되었다는 여론이 있어왔고 이번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강원도에 엄청난 예산을 퍼부어 수도권과 연계하는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확실하게 수도권지역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서울과 평창을 50분 거리로 단축시킨다는 교통대책은 바로 강원도가 수도권이 된다는 의미다.
영남신공항 무산에 앞서 수조원이 드는 인천공항 확장계획을 확정했고, 인천공항과 연계된 교통 편의로 많은 점수를 받은 대전이 과학벨트 사업에 선정된데 이어 평창의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강원권에 대규모 지원을 하게 된 것은 모두 수도권을 위한 사업이 된 셈이다. 과학벨트 선정 후 충청권의 해당 지역에 땅값이 급등했고, 이번에 또 강원권 해당 지역의 지가가 폭등함으로써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적 격차를 가속적으로 벌어지게 했고, 결과적으로 국민통합의 걸림돌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이다. 정치권의 의도 없이 그렇게 되었다 치더라도 대구의 육상선수권대회를 계기로 경북권까지 혜택을 기대했던 주민들은 이번에 또 한번 상대적 박탈감과 차별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한국이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개최할 정도의 국력과 위상을 가졌다면 이제 국내의 지역격차 해소에도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정치권이 수도권 이기주의, 수도권 중심주의에 사로잡혔다는 국민인식을 불식시키지 않는 한 우리 모두의 공동목표인 선진국 진입은 결코 쉽지 않다. 수도권의 힘만으로는 결코 달성될 수 없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이 지역간 형평성을 잃는다면 국민적 일체감을 어떻게 기대하겠는가. 비록 늦었지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도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