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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심 언 주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7-12 21:09 게재일 2011-07-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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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그림자는 비둘기 곁에서 콘크리트 바닥을 쪼아댄다. 제법 곁눈질이 늘어 비둘기보다 큰 부리로 비둘기보다 더 깊이 바닥의 침묵을 흠집 낸다. 기회를 보아 비둘기를 생포할 자세다. 그러나 비둘기가 날아오르면 제 아무리 큰 보폭으로 쫓아가도 얼마 못 가 비둘기의 속도를 놓쳐버린다.

꽃이 꽃을 버리는 줄 모르고 꽃 그림자는, 홀로 취해 제 향기를 날린 적이 여러 번 있다.

시인은 비둘기와 비둘기 그림자의 관계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런 관계는 수많은 가정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남과 여, 부모와 자식, 지배자와 피지배자, 원인과 결과 같은 주종관계를 생각할 수 있다. 사실이지 비둘기 그림자는 그림자 일 뿐이지 비둘기 자체는 아니다. 마지막 연의 꽃도 마찬가지다. 모든 그림자의 근원은 빛이다. 시인은 이런 미묘한 관계를 설정하면서 실존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하게 하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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