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나 동물에게 있어서 `귀소성(歸巢性)`이란 것이 있다. 동물이 멀리 갔다가도 자기 집으로 되돌아오는 본능적인 성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가축을 기르다 보면 해가 지고 날이 어두어 오면 닭이나 개, 그리고 신나게 놀던 아이들조차 집을 찾는다. 그 곳에 가정이 있기 때문이다. 대리석의 방바닥과 금을 박은 담벽이 가정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어느 집이든지 사랑이 깃들이고 우정이 손님이 되는 그런 집은 행복된 가정이다. 서양 속담에도 “남자는 집을 짓고 여자는 가정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가정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자 페스탈로치도 가정의 단란이 지상에 있어서의 가장 빛나는 기쁨이다. 그리고 자녀를 보는 즐거움은 사람의 가장 성스러운 만족이라 했다. 자기 가정을 훌륭하게 다스리는 자는 국가의 일에 대해서도 가치있는 인물이 된다는 것이다. 왕국을 통치하는 것 보다도 가정을 다스리는 쪽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임금이든 백성이든 자기 가정에서 평화를 찾는 자가 가장 행복한 인간이라 했다. 소설가 톨스토이의 많은 작품에는 여자와 가정에 대한 스토리가 많고 가정의 주인공은 언제나 어머니임을 강조한 적도 있다. 그러면서 가정을 잘 경영해 내지 못하는 여자는 집에 있어서 행복하지 않다. 그리고 집에 있어서 행복하지 못하는 여자는 어디로 가든지 행복할 수 없다고 했다. 집이란 누구나 그 곳에 가야 할 때 당신을 맞아들여 주는 곳이다. 설령 우리의 육신은 가정을 떠날지 모르나 우리의 마음은 떠나지 않는 곳이며 마음이 가 있는 곳이 곧 가정인 것이다. 영어에도 집을 house라고 하며 가정을 home이라고 한다. 단란하고 화목하고 사랑이 넘치는 집은 sweet home이지, house는 아니다. 그래서 거지를 영어로 homeless라 하여 `가정이 없는`것을 나타낸다. 독일의 시인 괴테는 왕이건, 농부이건 가정에서 기쁨을 찾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한 때 그는 가정이 없었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