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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숨은 마을 옻골과 백불고택(百弗古宅)

영남이공대 교수
등록일 2011-07-07 20:59 게재일 2011-07-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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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골마을 담장길, 백불고택 사랑채

지금은 대구국제공항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오랫동안 대구시민들에게는 동촌비행장이었다. 그 동촌비행장 북측에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마을 집성촌이 있다. 대구광역시 민속자료 제1호로 지정된 `옻골마을`이다.

옻골마을은 임진왜란 때 대구 의병장으로 활동했던 태동 최계의 아들 대암 최동집이 1616년에 정착한 후 경주최씨 광정공파(匡正公派)의 후손들이 모여 살고 있는 동성촌락으로 현재 20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필자는 사성공파(司成公派)이긴 하지만 동성의 조상들이 오래전에 이곳에 터를 잡은 곳이라 생각하면 이곳 마을에 들어설 때마다 느낌이 남다르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수령 350년이 넘은 회화나무 두 그루가 먼저 반겨준다. 마을 입구에는 울창한 회화나무 숲으로 가려져 있고, 멀리 마을 뒷산 정상에는 기이하게 생긴 바위가 보이는데, 마을 사람들은 거북이 모양을 한 `생구암(生龜巖)`이라고 하고 거북이는 물이 필요한 동물이기 때문에 마을 입구에다 인공 연못을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풍수지리적으로 마을을 음의 기운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마을 입구에 숲을 조성해 바깥에서 마을이 보이지 않도록 하였으며 그래서 수차례의 전란에도 이 마을은 전혀 해를 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을 주변에 옻나무가 많아서 `옻골`이라 불렸다는 이 마을의 숨은 매력은 총길이 2.5km에 이르는 아름다운 토석담장길이다. 이 담장길은 바른 듯하면서도 조금씩 꺾여서 중요한 끝은 보이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담장길의 모든 중심은 마을 안쪽에 위치한 종택으로 향하고 있음이 흥미롭다.

이 마을 중앙 최상부에 위치한 종가 백불고택(百弗古宅)은 대구에 있는 조선시대 상류주택 중 가장 오래된 집으로 안채와 사랑채, 재실로 구성되어 있고 정침은 `口`자형 배치로 폐쇄적 공간을 취하고 있다. 최동집의 손자 최경향이 1694년에 건립한 이 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사랑마루 앞에 걸린 `백불고택`이라는 커다란 현판이다. `백불`은 백불암 최흥원 선생의 호이다. 사랑채 외관상 큰사랑과 작은사랑 지붕 높이가 다른 것도 이채롭다. 지붕이 높은 쪽이 종가의 최고 어른이 거처하는 곳이고 낮은 쪽은 그 다음 어른을 모시기 위한 대목의 배려이기도 하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사랑채의 기둥이다. 사랑채의 전면 기둥은 둥근 모양(天), 가운데 기둥은 팔각기둥(人), 안쪽 기둥은 사각기둥(地)을 사용하여 음양 사상과 천지인(天地人)의 영향을 건축 치목수법에 받아들여 위치에 따라 사용부재의 모양을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숨은 마을 옻골의 고즈넉한 토석담장길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옛 정취를 더듬어보는 것도 훌륭한 피서법이 될 듯하다.

/영남이공대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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