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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문제가 다른 문제와 다른 점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7-07 23:59 게재일 2011-07-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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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
대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생각하게 된 것 가운데 하나는 교육 문제는 다른 문제들과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교육은 하루도 멈추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고, 한 해도 걸러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실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다짐한 것이 어떤 문제든 하루아침에, 몇 달, 몇 년 사이에 풀려고 하지 말고 필자가 학교에 몸담고 있는 시간 전체를 바쳐서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소속 학과에 어떤 부정적인 체질이 있다면 그것도, 학문을 향한 어떤 기대나 전망이 있다면 그것도, 학교 제도나 관습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도, 모두 오랜 시간을 들여서 `진화적`으로 다루어 나갈 것이며 `혁명적`으로나 우격다짐 식으로 풀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무엇보다 교육에 어떤 나쁜 문제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학교에 분규가 있어 수업이나 학사 절차에 차질이 생긴다면, 재단이나 교수진이 받을 피해도 적지 않겠지만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학생들이 받을 피해에 견줄 수 있을 것이랴.

그러므로 어떤 교육 문제에 대해 진보적인 쪽이든 보수적인 쪽이든 현안들에 대해 문제를 느끼고 뭔가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더라도, 정말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는 유리그릇 자체가 깨지지 않고 보존되도록 지켜내는 지혜일 것이다. 이것은 진보나 보수 어느 쪽만 가져야 하는 덕목이 아니라 어느 입장을 가진 사람도 모두 구비해야 마땅한 덕목이라 할 것이다.

이미 구문이 되었지만 일본에는 `유토리 교육`이라는 정책이 한 시기를 풍미한 적이 있었다. 유토리는 `여유`라는 한자어에 해당하는 순일본어인데, 그러므로 유토리 교육이란 여유 있는 교육, 학생들 스스로 창의성과 자율성을 살려나가기 위해 학습량과 수준을 대폭 줄이거나 낮춘 교육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작년 3월달 신문 기사를 다시 살펴보면, 일본 문부성은 과거 십년 동안의 유토리 교육 정책의 폐해를 심각하게 반성하면서, 초등교과서의 학습 분량을 유토리 교과서 대비, 무려 43%나 늘려 잡고 수업시간 수도 유토리 교육 이전 수준으로 돌려놓았다고 한다.

최근에 일본에서는 이 유토리 교육 십 년 시기에 성장한 젊은이들을 수용하는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야후 인터넷 일본판을 보면 유토리 교육을 받은 젊은 세대와 대화를 나누는 법 같은 것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머리에 저장해 놓은 지식량이 현저히 적고, 자율을 빌미로 인터넷이나 검색하던 학생들이 기성사회에 진입해 들어오는 것을, 어른들은 무서워하면서 대책을 세우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필자가 대학에 몸담고 있었던 게 이제 한 8년째. 그동안 필자가 관찰한 대학은 자못 커다란 이슈들이 파동처럼 쓸고 지나가곤 했다. 처음에는 교양대학이라고 해서, 대학 학부과정에서는 교양 수준의 지식만을 쌓게 한다는 것이었다. 대학 학부생 때부터 전문적인 국문학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려 했던 필자로서는 다소 어리둥절한 교육목표였다. 다음에는 대학원 중심대학이라는 것이 목표로 제시됐다. 학부생 숫자는 대폭 줄이고 이 줄인 숫자나 예산을 대학원에 쏟아붓자는 것인데, 이때 한창 서울대학교를 폐지하자는 여론이 일던 때라 이런 여론에 대응하는 수단 노릇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국립대학 법인화다. 법인화안에 따르면 국립 서울대학교는 국립법인 서울대학교가 되는 것인데, 그 내용은 복잡하지만 과연 이것이 어떤 이슈의 제기 차원을 넘어서 대학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인가는 회의적이다.

필자는 비록 교육 경험이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인위적으로 제도를 바꾼다고 교육 자체가 바람직한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만은 알게 된 것 같다. 반면에 한 번 파괴되어 버리면 그 피해는 크고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본의 유토리 교육이 바로 그 생생한 실례인데, 사실은 우리 또한 그런 악영향을 수능시험 제도나 교과서 개정 과정에서 맛볼 만큼 맛보며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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