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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나운동이 보여준 문화 충격

이경우 기자
등록일 2011-07-06 23:39 게재일 2011-07-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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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올해 한국민이 자랑스러워 할 일이 몇 가지 있지만 그 중에서도 K-팝이 유럽을 휩쓴 것과 제14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역대 최다의 수상자를 낸 것은 특히 엄청난 감동을 준 것이다. 아직 K-팝이 한국대중음악의 세계적 한류를 몰고 왔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지만 충분히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우리 문화의 긍지를 한껏 높여준 것만은 분명하다.

세계 문화를 주도한다는 자부심을 가진 파리에서 많은 현지 팬들의 환호를 받았고 영국의 자존심으로 부각된 비틀즈의 성지에서 우리의 젊은 가수들이 팬들을 사로잡았다는 것은 정말 꿈같은 일이었다. 이보다 더한 것은 이른바 `클래식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에서만 성악을 공부한 토종 음악가인 소프라노 서선영과 베이스 박종민이 우승하고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등 5명의 젊은이들이 주요 부문의 상을 석권한 것이다. 서양음악의 본고장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서양음악의 주무대를 장악한 셈이다. 문화강국의 위상을 우뚝하게 보여준 장한 쾌거였다.

특히 이번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우리의 가슴을 울린 박종민을 뺀 4명의 젊은 음악가들은 모두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이 지원한 영재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도 이제 메세나 운동이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문화나 예술은 지식정보사회에 들어서면서 그 자체가 자본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러나 그것은 경제적 지원의 토양 없이는 자라날 수가 없는 것이다. 메세나운동이란 말이 로마제국의 정치가 마에케나스의 재정지원으로 문화예술의 꽃을 피웠던 사실에서 유래한 것이고, 중세를 종식시킨 문예부흥도 이탈리아의 메디치가에서 문화예술인에게 경제적 지원을 한데서 비롯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최근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화한류 현상은 우리 국민들이 가진 문화적 잠재력이 세계문화를 주도할 수준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문화강국이 되는 날 우리는 자연스럽게 경제대국이 될 수 있고, 품격 높은 선진국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수준을 한 층 더 높이려면 우리가 가진 문화적 자원인, 문화예술인들과 문화유산들의 잠재력을 고도로 발현시킬 지원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민간차원의 메세나 운동이 더 활기차게 일어나야 한다.

이번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성과에서 우리나라 메세나 운동의 희망을 보게 된 것 같다. 예술소비자운동이 벌어지고 단체로 표사기운동이 나타나는 현상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지방에서는 기업인들의 호응이 안타깝게도 매우 미약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특정 기업인이 예술 활동에 기부를 하면 다른 기업인이 시기를 하는 경우도 있어 경제계의 인식전환이 시급한 형편이다.

이번을 계기로 경제계에 대대적인 메세나 운동 바람이 다시 한 번 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메세나운동도 단순하게 티켓 구매나 금전기부에 한정시키지 말고 기업활동과 연계시켜서 활용한다면 기업과 문화예술이 상생하는 방법도 많이 찾아낼 수 있다. 경험에 의하면 직물업, 염색업, 패션업 등은 무용, 오페라, 발레, 연극 등에서 기업제품을 의상이나 무대장치에 활용할 경우 기업 제품 홍보에 엄청난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기업의 특별한 행사에 문화예술을 등장시키는 경우도 기업이 기왕 행사비를 지출하면서 문화예술 활동도 돕고 행사 이미지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메세나운동은 지역의 기업인들이 열성적인 문화예술 소비자로 자리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기업인들이 이미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형식에 그칠 때가 많다. 진심으로 문화예술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되도록 생활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다. 지방의 메세나운동 활력이 지방문화의 견인차가 될 수 있을 때 한국의 문화예술이 세계문화의 중심에서 우뚝 서는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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