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도시 내 이지만 일종의 신도시인 새로운 대규모 주거단지로 이사 온지 2년 가까이 되고 있다. 새로운 주거단지라서 건물들도 깨끗하고 상가들도 다양하게 들어서고 있다. 도심과는 약간 떨어졌지만, 도시의 각 지역과 고속화도로로 연결되고 있어서 사는데 불편함은 없는 편이다. 아파트 단지 내는 조경도 잘되어 있고 흘린 휴지 하나 없이 깨끗한 편이다.
하지만 상가지역으로 가면 문제가 크다. 이곳에는 아직도 획지 된 빈 공간들이 많은데, 여름이면 대개 억새 같은 높은 키 풀들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다. 이곳에 이사 온 후 첫 여름 즈음 초저녁 산책을 하면서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다. 산보를 방해하는 것은 수풀 사이에 버려져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쓰레기봉지들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도 빈 공간들이 꽤 많이 남아 있는데, 어느 봄날 갑자기 놀란 것은 아직 자라나지 않은 풀들 사이로 여기저기 산더미 같이 쌓인 쓰레기더미들 때문이었다. 음식물 쓰레기가 섞여있는 경우에는 냄새도 심하다.
좀 더 자세히 주변을 살펴보니 새로운 상가 건물 사이사이에도 쓰레기와 건설폐기물들이 가득하다. 어떤 것들은 규격봉투에 넣어져 수거해갈 날짜를 기다리지만, 대부분은 아무 봉지에나 제멋대로 넣어진 쓰레기들이며 크고 작은 건설폐기물들이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쓰레기봉투 값을 아끼기 위해 무단투기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어떤 이들은 소규모 공사장에서 공사 중과 공사 후 쓰레기들을 제대로 치우지 않은 탓이 아니겠냐고도 했다. 모두 맞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쓰레기들이 동네에 사시사철 널려져 있음을 생각할 때, 버린 사람들도 문제이지만 필자를 포함한 주변의 거주자들과 상가입주자들도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선 자기 쓰레기는 돈이 좀 들더라도 규격봉투에 넣어 지정된 장소에 버려야 할 것이며, 공사장에서도 폐기물들을 아무 곳에나 버리지 말고 잘 정리하여 지정된 장소로 가져가야 할 것이다. 또한 주변의 주거며 상가의 입주자들도 힘을 합쳐 자기 동네를 깨끗이 유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무단투기를 감시하는 기능도 알게 모르게 지녀야 할 것이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 지자체에서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싱가포르와 같은 강한 처벌제도를 지니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지자체가 동네 곳곳을 청소해주는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보아진다. 몇몇 선진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쓰레기 수거를 일주일에 한번 씩 잘 해간다는 것, 한 달에 몇 번쯤은 청소차로 길 위 먼지를 쓸어간다는 것, 일반인들도 자기 트럭을 이용하여 건축폐기물들을 지정된 장소에 그리 비싸지 않은 비용을 내고 버릴 수 있다는 것뿐이다.
아파트 단지 주변에 조그만 마트가 예쁜 단장으로 개장하여 필자도 가끔 이용하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주변에, 특히 옆면 조금 낮은 고랑에 쓰레기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젊은 주인이 청소를 하며 필자와 나눈 대화가 재미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아무데나 버리는지 모르겠어요. 안에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사람들이 문밖에 버리고 가요”, “앞에 쓰레기통을 놓아두시지요”, “그러면 동네사람들이 자기 쓰레기를 다 버리고, 어떤 때는 쓰레기통을 들어가 버려요”
우리네들에게 필요한 것은 내 것만이 아니라 공동의 것들을 잘 챙기는 것이고, 내 입장만이 아니라 남의 입장 그리고 공동의 입장을 생각하며 행하는 것이라고 보아진다. 요즈음 유행하는 `마을가꾸기`, 우리가 자랑스럽게 재정립하려는 `새마을운동` 등도 마을사람들의 서로간의 배려와 협동정신에 바탕을 두고 실행되어야 함을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