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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 은해사 백흥암 극락전과 수미단

영남이공대 교수
등록일 2011-06-30 21:01 게재일 2011-06-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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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흥암 극락전과 좌우 선방,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 측면
26년 전 백흥암 극락전을 정밀 실측할 때 있었던 일이다. 극락전 수미단(須彌壇)의 초각이 너무나 인상 깊어 작업 중 틈틈이 탁본(拓本)을 떠서 그 중 몇 장은 표구해서 연구실과 집 거실에 걸었다. 그런데 이유 없이 몸이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했다. 원인을 몰라 고민 하던 중 문득 벽에 걸린 표구를 보고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리긴 아깝고 선배 교수 중 사진을 좋아하는 분이 있어서 탁본 얘기를 했더니 갖고 싶다기에 표구한 것은 물론 다른 것도 모두 다 드렸다. 그 후 거짓말처럼 무거웠던 머리가 맑아졌고 다시 건강에 활력을 되찾게 되었다. 수미단 탁본에 집착하고 탐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집착을 놓는 순간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다시 영천 은해사 백흥암에 오르니 옛 기억이 새롭다. 아직도 필자에겐 그 일이 불가사의한 일로 남아있다.

신라 말에 창건한 백흥암은 영천 은해사 말사로 은해사에서 약 2.5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남서문을 정면으로 한 2층 다락집인 정면 5칸, 측면 2칸의 보화루(寶華樓) 하부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그 북측에 정전(正殿)인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단층 팔작지붕의 극락전(보물 제790호)이 있다. 보화루와 극락전을 남북 중심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동편에 선방인 `ㄴ` 자형 평면의 정면 5칸, 측면 3칸의 심검당과 서편에 정면 5칸, 측면 3칸의 진영각을 두어 4면이 둘러싸인 내정(內庭, 안마당)을 둔 중정식 가람배치 형태로 사찰의 중심부를 이루고 있다.

극락세계를 상징하는 아미타삼존불을 모시고 있는 극락전은 인조 21년(1643)에 지은 건물이다. 내부 천장은 가운데를 높이고 주변을 낮게 만든 층단 천장으로 꾸몄으며, 불상을 올린 불단(수미단)은 조각이 매우 특이하고 우수하여 보물 제486호로 지정되어 있다. 진영각 기둥에 추사의 친필로 쓴 주련도 유명하지만 백흥암이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비록 작은 산중암자지만 극락전과 수미단이라는 보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백흥암 극락전에 있는 수미단은 아미타삼존상을 받치고 있는 불단으로 높이 1.25m, 너비 4.13m이다. 조선 중기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 불단은 뛰어난 각법(刻法)과 특이한 구성을 취하고 있어 현존하는 수미단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불단은 5단 높이로 구성하였고 각 단은 5등분되어 있다. 실제 높이는 아래쪽과 위쪽 부분은 탑의 지대석과 갑석 같은 것이므로 3단 형식으로 봐야 옳을 것 같다. 제일 상단은 튀어나오게 만들고 각 구획 안에 안상(眼象)을 부각하였다. 제 2단에는 봉황·공작·학·꿩 등이, 제 3단에는 용·동자(童子)·물고기·개구리가 새겨져 있다. 제 4단은 코끼리·사자·사슴 등을, 제일 하단에는 양쪽 가에 귀면을 조각하고 가운데 3구에는 용이 표현되어 있다. 모든 조각은 보이지 않는 뒷면까지 초각된 것이 큰 특징이다.

/영남이공대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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