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의 역사는 1636년 하버드대학의 설립과 함께 시작되었는데, 그 당시에는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들도 소규모 리버럴아츠칼리지의 형태였다. 이후 과학과 테크놀로지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함께 많은 대학들이 리서치 또는 테크니컬 중심의 대학들로 확장돼 갔다. 그러나 창의적인 사고, 혁신, 자기수양, 교수-학생간 상호작용, 균형잡힌 시민양성에 보다 큰 가치를 두기로 방향을 정한 대학들은 리버럴아츠칼리지로 남게 됐다.
리버럴아츠칼리지 졸업생들의 사회경쟁력은 만만치 않다. 졸업생들의 평균 연봉은 명문 사립대학 졸업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학원 진학률은 종합대학들보다 오히려 높다.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리버럴아츠칼리지 졸업생 비율은 미국 전체 대학 졸업생의 3%에 불과하지만, 포브스 매거진이 선정한 미국의 가장 부유한 CEO의 8%, 미국 대통령의 19%가 리버럴아츠칼리지 졸업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960년에서 1998년 사이 퓰리처상 수상자 명단에 따르면, 드라마 부문 23%, 역사 부문 19%, 시 부문 18%, 전기 부문 8%, 소설 부문 6%가 리버럴아츠칼리지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필자가 거주하던 로스앤젤리스 지역에도 미국 내 모든 4년제 대학 졸업생들중 평균연봉이 가장 높다는 학부 엔지니어링 분야의 강자 `하비머드 칼리지`, 우수한 인문분야 교육환경을 자랑하는 `포모나 칼리지`, 오바마 대통령의 출신 학교로 잘 알려진 `옥시덴탈 칼리지` 등이 있다. 동부를 포함한 그 이외 지역에도 엠허스트, 윌리암스, 보우도인, 위슬리안, 스와스모어 등 우수한 리버럴아츠칼리지들이 많다.
그렇다고 리버럴아츠칼리지에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학교 규모가 작아 전공 및 특별활동의 선택의 폭이 좁고 학생들의 다양성이 부족하다고도 할 수 있다. 대부분 조용한 소도시에 위치해 있어 대도시 환경에 익숙한 학생들은 쉽게 따분함을 느낄 수 있다고도 보아진다.
미국에는 2천여개 4년제 대학이 존재하며, 2년제와 4년제를 합하면 3천600여개에 달한다. 우리 한국인들은 대학의 순위에 매우 민감한 편인데, 미국에는 대학도 많고 특색있는 곳들이 많아서 학교의 순위를 매기기도 힘들고,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순위가 매우 달라지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대규모의 연구중심 종합대학, 소규모의 학부중심 대학 등을 구별 않고 랭킹을 매기는 경우가 흔하지만, 미국의 US뉴스 & 월드리포트 같은 곳에서는 연구중심의 종합대학과 리버럴아츠칼리지를 따로 분류하고 평가하며, 학부교육, 학부 공학교육, 대학원교육을 따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우리 한국인들의 대학랭킹에 대한 집착을 잘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각 지역의 주립대학교 정도면 그 커리큘럼과 학문수준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어서 그러할 수도 있겠지만, 고교시절 아주 우수한 학생이라 하더라도 자기 사는 지역을 떠나 세칭 일류로 꼽히는 아이비리그로 진학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많은 이들이 우리 한국인의 잣대로는 격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지방주립대나 소규모 지방사립대에 진학하며, 또한 2년제 커뮤니티칼리지로 진학한다. 이들은 어디서건 열심히 공부해야 졸업할 수 있으며, 미국사회 도처에서 우수한 인재로 시민으로 살아가게 된다. 학비는 대부분 비싸다. 그러나 절반 정도, 때로는 그 이상의 학생들이 50% 혹은 그 이상의 장학금혜택을 받을뿐더러 본인들도 공부하는 틈틈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보충한다.
물수능, 학점인플레, 절반등록금 등등 다양한 이슈로 고전하는 한국의 대학생과 대학으로서는 리버럴아츠칼리지의 교육을 포함한 미국의 대학교육시스템이 매우 부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