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단지에 3천석 규모 `컨벤션센터` 2014년 완공
관광 골프 호텔 기업연수 등 미래 성장동력 탄력
◆KTX 개통, 얼마나 위력적일까
도시의 발전은 어느 곳 없이 교통망의 발달에 크게 좌우된다. 경주라고 해서 별날 수 없는 일. 본래 경주는 일제시대 이후 경부선 철로 노선에서 제외돼 있었다. 전국적 큰 발전축에서 소외돼 있었다는 뜻. 그러다가 우리의 자력 개발시대를 맞으면서 경부선 고속도로 노선에 편입됨으로써 여건이 혁명적으로 좋아졌다.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된 것이다.
그러다 이번에 KTX 경부선 노선까지 경주를 거쳐 가도록 설계됐으니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금상첨화다. 만약 KTX가 기존 경부선을 따라 대구∼청도∼밀양∼부산으로 연결됐더라면 상황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할 정도. 서울∼대구∼부산 사이의 연결성만 생각했더라면 그런 선택도 얼마든 가능했을 터이다.
KTX는 고속도로와 달리 속도 경쟁력에서 비행기조차 제칠 정도로 절대 독보적이다. 그런 KTX가 경주를 통과하게 됐다는 것은 이 도시에 또 한번 어마어마한 성장동력을 보태주는 일에 다름 아니다.
뿐만 아니라 KTX의 경주 경유가 미치는 효과의 범위는 이 도시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인접지역도 곧장 영향권 안에 든다. 포항까지 KTX가 바로 연결되도록 결정된 게 단적인 예. 때문에 KTX 경주 통과는 크게 봐 경북 동해안지역 전체의 앞날에 엄청난 에너지를 부여하는 `사건`으로 봐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KTX가 바꾸고 있는 풍경들
경주 지역이 KTX에 연결된 것은 작년 11월이었다. 경부고속철 2단계 구간이 개통된 것. 그로인해 경주는 서울까지도 단시간에 오갈 수 있는 도시로 변했다.
이후 모습이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골프장이라고들 한다. 신라·보문·블루원(옛 태영) 등 10개나 되는 골프장을 갖춘 경주로 서울·경기 등 수도권 골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골프장 이용료가 수도권보다 쌀 뿐 아니라 퍼블릭(대중골프장)도 좋아 매력 있다는 얘기다.
이런 경주가 당일 골프투어 권역에 들어왔으니 서울 쪽 골퍼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서울서 오전 열차를 타고 경주에 와서는 18홀 라운딩을 하고 인근 동해 바닷가 횟집까지 둘러도 하루 안에 서울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주말의 경우 수도권 직장인들은 금요일 퇴근 이후 곧장 경주에 와 숙박한 후 토·일요일 이틀에 걸쳐 골프에 빠져 살다가 출근시간 임박해서 서울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 결과 지역민들이 골프 부킹하기 힘들다고 불평을 터뜨리게 됐을 정도. 이러는 사이 호텔들에도 경사가 났다. 골프객이 증가한 것은 물론이려니와 KTX 개통 후 수도권 대형 기업들과 단체들이 주말 주중 가리지 않고 경주 보문단지를 찾아 세미나 등 행사를 여는 덕분. 보문단지에는 현대·힐튼 등 5성급 호텔만 5개나 되고 한화·대명 등등 대단위 콘도들도 숱해 행사 여건이 아주 좋기도 하다.
행사 방문객들은 경주에서 골프 모임을 겸하는 경우가 많고 주변 관광 역시 아우르기도 한다. 경주가 갖춘 여러 장점들이 KTX를 매개로 더 크게 상승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양동마을 등에는 근래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더욱 늘었다.
이런 행사·관광 등을 복합적으로 운용하는 대표적 사례가 신라문화원이 마련하는 기업연수 프로그램이다.
지난 8일 경우 삼성엔지니어링 직원 270여 명과 사우디아라비아 합작회사인 아람코(Aramco) 직원 80명 등 350여 명이 함께 경주로 와 당일 워크숍을 했다. 두 회사 직원들은 아침 7시10분 서울을 출발, 9시20분에 신경주역에 도착했다. 이어 대릉원·첨성대 등 시내 대표적 유적지를 관람한 후 현대호텔 체육관에서 명랑운동회를 하며 화합을 다졌다. 다음 불국사를 관광한 후 KTX역으로 되돌아 가는 도중 서악서원에 들러 국악공연과 떡메치기 등 전통문화 체험까지 할 수 있었다.
◆부작용 걱정도 있다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보문단지 관리를 맡고 있는 경북관광개발공사 측은 관광객 증가에 대비해 수변 탐방로 정비, 수상공연장 신설, 야간 경관조명 설치 등 리모델링 작업을 해왔다. 경주시청은 지역 유적지와 연계한 시티 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문화관광해설사를 대폭 증원해 주요 유적지에 배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KTX 연결로 모든 게 좋아지기만 하는 건 아니라는 경계론 역시 만만찮다. 경주의 재력이 서울로 빨려들어감으로써 이 도시 경제역량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게 핵심. 이런 부작용은 신간센 개통 이후 일본에서 이미 증명된 것이고, 국내서도 대구 등에서 상당한 폭으로 현실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서울로 흡입되는 대표적 분야라 꼽히는 것은 쇼핑과 진료다. 경주권의 일부 부유층이 서울지역 고급 백화점으로 쇼핑을 가거나 조그만 질병에도 서울의 초대형병원을 찾는 경우가 벌써부터 늘었다는 얘기가 나도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관광은 경주에서 하고 숙박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당일 관광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때문에 관련 업계서는 이제 본격화되는 여름 피서철에 수도권 시민들이 얼마나 더 많이 경주 등 동해안지역을 찾게 될지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더 많은 내방객 맞으려면
하지만 동국대 호텔관광경영학부 박종희 교수는 “당분간 위기가 올 수 있지만 그것이 되레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위축되기 보다는 보다 많은 내방객을 끌도록 공격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게 좋다는 뜻이다.
그래서 박 교수는 지방정부 경우 야간열차 운행을 늘리도록 노력하고, 골프장들은 수도권 고객 확보를 위해 골프백 택배 등등 KTX신경주역에서부터 토탈서비스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북도 관광협회 조남립 회장은 “골프객과 외국인 관광객 편의를 위한 KTX열차 화물칸 증설, 신경주역 연결도로 이정표 정비, 신경주역∼보문단지 사이에 2만8천원이나 하는 택시요금체계 개선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경주시청도 홍보와 관광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박태수 문화관광과장은 “코레일과 연계해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할인요금을 적용하거나 역내 숙박업소들이 숙박요금 할인에 동참토록 하는 등의 갖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컨벤션도시 도약해야 성과
이런 중에 경주를 컨벤션시티로 탈바꿈시키는 일을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KTX를 활용해 경주를 정말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그것이라는 얘기다. 컨벤션도시는 전국은 물론 세계적 대규모 행사들이 열리는 미국의 라스베가스 같은 도시를 가리킨다. 그렇게 대형 행사들이 잇따라야 관광이나 골프 등에 한정된 경주 방문객이 다양화되고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컨벤션도시가 되려면 컨벤션센터 등 대규모 회의장이 갖춰져야 하고, 참가자들 수천명이 잠잘 수 있는 호텔시설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경주 보문단지는 숙박 여건은 좋으나 컨벤션 시설이 부족하다.
경북관광개발공사 김병욱 전무는 “경주가 컨벤션시설을 확보치 못해 정부로부터 국제회의도시 지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관련 해외홍보물에서도 경주가 소개되지 못한다”며 “2천 석 이상의 회의실 설치가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중에 보문단지에 3천 석 규모의 `경주컨벤션센터` 건립이 확정돼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 한수원이 1천600억의 공사비를 들여 건립하도록 결정됐고 내년 6월에 착공, 2014년 10월 준공할 예정이다.
경주/윤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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