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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울의 물, 한톨의 쌀, 그 의미를 되새기며

김현묵 기자
등록일 2011-06-23 23:09 게재일 2011-06-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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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학한국농어촌공사 의성군위지사장
안계평야, 그 너른 들녘이 모내기를 끝내고 물을 한껏 머금은 채 햇빛에 반사 되고 있다. 작년 가을부터 올 봄까지 잦은 강우로 예년과 달리 큰 물걱정 없이 무난히 모내기가 마무리 되고 있다. 몇 차례 예상되는 풍수해만 잘 극복한다면 올 해도 풍년농사가 기대된다.

작물의 요수량(要水量)이란 용어가 있다. 작물이 건물 1g을 생산하는데 소비된 수분량(g)을 뜻한다. 요수량은 작물의 종류, 생육단계, 환경에 따라 달라지지만 벼는 대략 211~300g, 보리는 170~188g, 고구마 248~264g, 옥수수는 94g 정도가 필요하다. 벼 1g을 생산하는데 200~300배 정도의 물을 필요로 하다는 뜻이다.

농사에 있어서 물의 중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세상에서 가장 보기 좋은 것이 내 논에 물 들어가는 모습하고, 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모습`이라는 속담이 생겼을까. 그렇다보니 `물꼬싸움`, `삽자루싸움`이라 하여 종종 싸움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한자어가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닐 것이다.

경쟁을 뜻하는 라이벌(rival)은 강을 의미하는 영어의 river와 같은 뿌리에서 생긴말이다. 라틴어 리발에서 나온 것으로 `강가의 주민`이 원래의 뜻이라고 한다. 같은 강을 끼고 고기를 잡고 논밭에 물을 대면서 서로 경쟁하거나 충돌한 때문이다. 물 때문에 다투는 일은 동서고금을 구분하지 않는 모양이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최근에 `농업관측`에서 2011 양곡연도의 1인당 1일 쌀 평균 소비량이 195.2~196.4g으로 전년보다 1.6~2.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를 연간 쌀소비량으로 환산하면 1인당 71.2~71.6kg에 해당된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양곡연도 기준 2009년 74.0kg, 2010년 72.8kg이었다.

정부의 쌀소비 권장정책에도 쌀 소비량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쌀의 계량단위중 섬(석)은 벼 2가마니(쌀 144kg)분량을 가리킨다. 장정 한 사람이 짊어질 수 있는 최대용량 또는 1년간 먹는 양이다. 1섬을 기준으로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은 딱 절반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빵이나 아침식사용 간편식품 소비 증가, 다이어트등 건강상의 이유로 결식, 소식하는 인구의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된다.

쌀은 국민 식생활에서 칼로리 공급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주식이며, 농업소득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품목으로서 쌀 생산 및 가격정책이 농정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간소화 경향에 따라 쌀 소비 감소 추세는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쌀 소비량 감소로 깊어지는 농민들의 시름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한다면 쌀 소비를 권장하는 정부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외식수요 확대에 부응해 한식메뉴·제품을 개발, 보급하고 식사 습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학교급식의 경우 정부지원 양곡의 품질을 더 높이고, 밥을 주식으로 하는 식단 확대를 위한 지원·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쌀 소비 확대에 매우 중요한 아침식사 개선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캠페인과 먹기편한 아침 대용식 개발, 간편한 아침 식단 보급등이 필요 할 것이다. 아침밥이 학생들의 공부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두뇌의 인지 능력을 향상시켜 학업 수행 능력에 긍적적 효과를 줌으로써 성적 향상에 기여 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이미 여럿 나온바도 있다.

쌀을 뜻하는 한자어 미(米)는 쌀이 생산되기까지 농부의 손길이 여든 여덟 번(八十八)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도 들판에는 뜨거운 초여름의 햇빛을 받으며 모가 힘차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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