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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선택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6-23 23:23 게재일 2011-06-2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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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창한국작가회의 경북지회장
가난한 소시민들이 한 푼씩 모아서 아이들 학자금도 마련하고 내 집도 마련하기 위해 저축은행에 예금을 했다. 은행은 폐쇄되고 저축을 한 사람들은 한 푼도 건질 수 없게 되었다. 은행의 높은 사람들과 사회의 권력 있는 사람들은 은행의 돈을 제 돈 쓰듯 쓴 뒤였다. 부산저축은행이란 곳의 이야기이다. 기득권층에 소시민이 희생된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부도덕한 권력이 도덕적인 소시민의 삶을 파괴한 것이다. 이런 일이 우리니라에서 부산저축은행 한 곳만은 아닐 것이다.

저축은행의 설립 취지는 서민을 위해서라고 한다. 일정액 이상 저축을 할 수 없으며 높은 이지가 보장된다고 한다. 그래서 부자들은 저축을 할 필요도 없으며 대출을 받을 수도 없게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상은 고위 공직자를 비롯한 부자들이 높은 이자를 얻기 위해 차명으로 분산하여 저축을 했으며 은행의 고위직은 불법 탈법을 무마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감사원 등에 뇌물을 주어 비리를 덮었다고 한다. 은행이 폐쇄된다는 정보를 미리 안 은행관계자와 권력자들은 몰래 예금을 인출하고 서민들만 저축한 돈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말하고 공정사회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가진 자와 권력자에 의해 서민이 억압받는 사회라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곳에 이와 유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인 유성기업의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다가 용역에 강제 해산되고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TV를 통해서 보도된 내용은 연봉 7천만 원을 받는 노동자들이 불법 파업을 하다가 직장이 폐쇄되고 검찰에 구속된 사건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들 때문에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부분이 강조되어 보도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주장은 그와 전혀 다르다. 연봉 7천이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며 실제로는 월급 150만원에서 200만 원 가량 된다고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봉급이 아니라 철야 근무하던 것을 주간 2교대로 바꾸어 밤에 잠 좀 자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주간 2교대 안건을 두고 노사가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직장이 폐쇄되고 구속되는 사태가 갑자기 발생한 것이라 했다. 그들은 불법 파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연봉 7천을 받는 중소기업이라면 파업을 할 필요가 없다. 노조가 파업에 대해 찬반 투표를 하여 파업이 결정되면 파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연히 합법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원청업체의 사원 차량에서 발견된 문건에 의하면 이미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지 말 것과 직장 폐쇄에 대한 계획이 원청업체인 대기업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용역에 의해 노조원들은 물리적으로 제압되었다. 대기업의 힘에 의해 법과 정의가 무너지고 노동자들이 희생된 것이 유성기업 사태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은 항상 서민과 권력을 가진 자와의 갈등에서 서민이 법이라는 이름 앞에서 당하는 사건들이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서민들이 살기 힘든 사회, 힘 있는 자와 권력 있는 자의 사회라는 것이다. 그래서 서민들은 자신도 힘 있는 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머리를 동여매고 공부를 하든, 권력을 가진 이에게 아첨을 하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힘을 가지려고 한다. 경쟁에서 이겨서 자기도 힘을 가지기 위해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게 되고, 그리하여 힘을 가지게 되면 다시 스스로 약자를 억압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가진 자들이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가져가는 사회, 합법적인 노동자의 주장이 불법이 되어 억압되는 사회, 힘 있는 자들이 법이라는 이름으로 서민들을 억압하는 사회, 폭력업체가 용역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활동하는 사회를 어찌해야 하는가? 이제 서민들도 현명한 선택을 할 때가 된 것 같다. 억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혹은 자기도 힘을 가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높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최소한 부도덕한 사람이나 정당에게 권력을 주는 일만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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