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자랑이었다
풀섶에서 만나 봉오리들 불러모아
피어봐, 한번 피어봐 하고
아무런 죄도 없이, 상처도 없이 노래를 불렀으니
이제 내가 부른 꽃들
모두 졌다
아프다, 다시는 쉬이 꽃이 되지 않으련다
꽁꽁 얼어붙은
내 몸의 수만 개 이파리들
누가 와서 불러도
죽다가도 살아나는 내 안의 생기가
무섭게 흔들어도
다시는 쉬이 꽃이 되지 않으련다
시인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피워 올린 꽃은 진정한 의미의 꽃이 아니다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시인이 말하는 꽃은 무엇일까. 그것은 시인이 설정한 어떤 지표, 가치, 생의 목표 같은 내면적인 의미를 함축한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그것의 성취를 위한 여러 노력들이나 투쟁들이나 설익고 활짝 피지 못했거나 불구의 꽃들이었다는 것이다. 시인이 다시 꽃피우지 않겠다함은 어쩌면 진정한 꽃을 피우기 위해 내면적으로 고투하겠다는 역설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