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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하게 돌아가는 부패와의 전쟁

이경우 기자
등록일 2011-06-15 23:38 게재일 2011-06-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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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지금 우리나라에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두 종류의 엄청난 부패 관련 싸움이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등 천문학적 규모의 저축은행 비리에 대검 중수부 존폐 문제와 차기 정권의 향방마저 얽혀들고 있고, 또 한편에서는 상생발전의 기치 아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해다툼 와중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그룹내부 부패 척결을 선언한 것이다. 이들 모두 숨은 부패를 찾아내어 뿌리째 잘라 내겠다는 원론적이고 당연한 태도들이지만 국민의 눈에는 이상하고 혼란스럽게 보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저축은행 비리의 문제에는 여야 정치권 어느 한쪽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서로의 잘못을 비난하면서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 폐지 문제로 계속 옥신각신하고 있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국민들은 의구심과 함께 분노만 키우고 있을 다름이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도 여태껏 한 점 의혹 없는 수사와 처벌을 다짐하는 원론적 수준의 발언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 국민의 분노를 달래 줄 만큼의 시원한 처리를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대 그룹 총수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삼성테크윈 감사를 계기로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 부정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일갈하자 삼성계열의 임직원들이 얼어붙고 일부 사장은 사표를 냈다. 이 회장이 산하 계열기업의 임직원들을 상대로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자 부패 비리 연루 문제로 이들이 벌벌 떠는 형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보면서 왜 우리 대통령은 이만한 위엄이 서는 명을 내릴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기업과 국가는 여러 면에서 다르지만 의지에 따라서는 최고의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말이 훨씬 더 힘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가 미증유의 공직부패와 기업부패에 확실히 대처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에 제기된 부패 문제는 말로만 발본색원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번을 계기로 정치권도 부패에 연루된 정치인과 정치세력은 더 이상 정치판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잘라내 엄정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하고 기업들도 이제 국가경쟁력과 공정사회를 좀먹는 부패를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실제로 기업과 공직부패는 독립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지만 연계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축은행 사태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해도 공직부패가 주범의 한 축일 만큼 기업부패와 공직부패는 서로 얽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부패규모가 클수록 척결이 어렵고 수사흉내만 내고 넘어간다고 보는 국민이 많다. 지금까지 일부 전직 대통령과 관련된 부패사건이 아직도 정치권의 논쟁으로만 남아있는 것이 그 같은 사례로 여겨진다.

이번 이건희 회장이 문제 삼은 삼성테크윈의 부정 역시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히 알 수는 없으나 삼성이 납품한 K-9자주포가 연평도 사태 때 먹통이 된 것 등은 군사장비 납품과 관련된 의문을 남기고 있다. 설사 이 문제가 제조와 납품과정에서 공직자 관련 부정이 있다 해도 그룹의 총수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나서는 것은 옳다고 본다. 만약 그런 잘못이 검수와 납품 등의 과정에 공직자와 관련된 부분이 있다면 정부에도 정식 통보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이를 기업차원의 문제로만 처리하고 덮어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특별히 이 회장이 기자들 앞에서 언명한 내용 중에 “제일 나쁜 것은 부하직원들을 닦달해서 부정한 일을 시키는 것”이란 대목은 백번 옳은 말씀이다. 그러나 이 말은 이 회장의 과거와 관련 음미할 부분이 많다. 지난 2008년 아들에게 편법 상속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임직원들에게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게 한 내용이나 김용철 폭로와 X파일 사건 등에서 나타난 부정들은 바로 이 `제일 나쁜 것` 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번 부패와의 싸움에서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는 태도만으로는 국민이 바라는 해답은 없다. 정치권과 재벌 모두가 뼈를 깎는 자기반성 위에 가감 없는 청산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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