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인 정의화 의원은 반값 등록금 사태를 보면서 한자성어 `경낙과신(輕諾寡信)`의 교훈을 한나라당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가볍게 허락하면 믿음이 적다`는 이 교훈만큼 한나라당의 처지에 꼭 들어맞는 설명도 없을 것이다.
반값등록금은 한나라당에서 먼저 들고 나왔다. 다만 한나라당이 집권 여당답게 당·정·청 조율과 소속 의원들 간에 공감대를 이룬 뒤에 발표하는 신중함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지 못하고 반값 등록금이란 화두만 덜컥 던지는 바람에 이런 사태를 자초했다.
민주당의 등록금에 대한 정책도 지난 일주일새 갈팡질팡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처음 소득 하위 50% 지원을 처음에 주장하다가, 촛불집회 참석 후에는 내년부터 국공립대 등록금을 반값 등록금을 전면도입한다고 했다. 그러다가 6월10일에는 김진표 원내대표가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더니 민주당 변재일 등록금 대책위원장은 내년부터 모든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명목 등록금을 반값으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김진표 원내대표가 교육부총리 시절인 지난 2005년 5월27일, 오마이 뉴스 `네티즌들과의 대화`에서 국립대학 등록금을 사립대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질타를 받고있다.
여야 막론하고 이래서야 책임 있는 정당의 정책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명박 대통령도 13일 `반값 등록금`문제에 대해 “너무 조급하게 서둘러서 하지 말고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대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정책을 한번 잘 못 수립하면 국가가 흔들릴 수 있고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크다.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등록금 문제가 시급한 사회현안이긴 하지만 급할수록 설익은 정책을 내놓기 보다는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미래와 국가 재정 등을 고려하고, 학부모, 대학, 교육 당국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차근차근히 준비하고,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부작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반값 등록금은 오늘날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묘수가 아니다. 무엇보다 대학등록금에만 의존하는 대학교 재정운영상태 개선이 기본이다. 더 나아가 비싼 등록금에 걸맞지 않게 부실한 대학교육, 그리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할 데가 없는 작금의 현실을 타개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