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핵화가 진심이길 바라는 이유는 과거에도 이러한 비핵화 선언을 한 사실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핵 개발 자체는 남북이 1991년에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대한 위반사항이기도 하지만, 6자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 약속은 2005년 9월 19일 6자회담 제4차 회의에서 있었다. 이때 발표한 공동성명은 행동대 행동 원칙에 입각해 핵무기 및 핵 프로그램의 포기를 이행하기로 약속하면서 핵 해결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이후 2009년 12월 보즈워스 대표 방북을 전후해서 `조미평화협정 체결`을 다시 한 번 주장하며 이번과 같이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발언과 함께 `조선반도비핵화`를 위해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 해도 하루아침에 당장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얻어낼 것은 충분히 얻어 낸 후 그리고 보장받을 것은 확실히 보장 받은 후에 핵을 포기할 것이다. 6자회담은 과거 세 차례의 위기를 가져왔던 북한의 핵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2003년 다자간 협의체로 시작된 이래 많은 성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그 사이 2006년 10월과 2009년 5월에 두 차례 핵실험을 시도하면서 북한은 불신을 초래함은 물론 두 차례의 유엔안보리 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 이후 2008년 12월 북한 측의 신고 핵시설 검증문제를 놓고 의견대립이 생긴 이래로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지금은 2010년 5월 노동신문에 핵융합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고 보도하기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현재는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도발로 인해 남북관계가 급랭한 가운데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움직임이 완전히 동결된 상태에 있다. 북한의 핵 문제가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해결한다고 하지만 남북대화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남과 북이 먼저 만나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진심이라는 책임 있는 모습을 확인한 후에라야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대화 우선원칙은 미국에 이어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서도 공감했던 국제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조건이다. 과거와 같이 말로만 하는 비핵화는 안 되며 대화 또한 대화를 위한 대화나 6자 회담을 하기 위한 대화가 아니라 남과 북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2009년 12월에 제안한 비핵화와 같이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위한 조건을 제시하는 6자회담은 안 된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가 표방하는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 역시 `북한이 핵만 포기한다면` 하는 조건 없는 통일정책으로 화해협력과 상생공영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진정 북한 핵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느끼며 이러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믿어야 하고 선행되어야 할 일들이 있다. 먼저 우리나 국제사회는 북한의 붕괴나 고립을 원하지 않으며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이 발전해 나가길 바랄 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로 인해 얻어지는 이익을 남북이 함께 공유하는 상생공영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북한 지도부도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핵 문제 해결뿐이라는 사실을 이제 알아야 한다. 적어도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에 이어 김 위원장의 비핵화 강조발언 등을 감안하면 경색될 대로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큰 틀의 방향 전환을 시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기대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