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고 2년 전 아내마저 잃었다. 그는 그들의 죽음을 지키지 못했다. `철도원`이라서 그가 없으면 깃발을 흔들고 신호를 조작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한 때 탄광 채탄일로 북적거리던 사람들도 마을을 떠났다. 철도 노선도 폐쇄를 앞두고 박물관에 가야할 만큼 기관차도 낡았다. 역장 오토 역시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사람도 문명도 그렇게 시대의 뒷전으로 밀려가는 풍경을 담은 영화다. 공무를 위해 사생활을 희생해 온 세대, 그 세대를 대변하는 오토는 큰소리로 `후회는 없다`를 외친다. 그러나 정말 그의 삶에는 후회는 없을까? 아내가 위독해 병원에 실려 가는 상황에서도 외동딸이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왔을 때도 빨간 신호기를 흔들며 `출발 오라이, 도착 오라이`에 혼신을 다한 그 였다. 하찮은 것같이 보이는 철도원 일을 다른 무엇보다도 천직으로 가정보다도 식구보다도 먼저 생각하는 주변에서 아무리 그의 공로를 칭송해도 오토 자신이 아무리 후회없다고 강조해도 하늘을 향해 호루라기를 불어대는 그의 모습은 어딘가 처연하기만 하다. 눈내린 역사(驛舍)는 그림처럼 아름답고 관객의 마음을 그토록 쥐어짜는 애절함에 숙연한 마음을 가진다. 오토의 호각소리가 아직도 귓전을 울리는 산간 마을의 역장 오토. 그는 한가지 일에 일생을 걸면서 바보같이 산 것 같지만 눈빛 맑은 사람이 맑은 눈빛의 사람을 알아보듯 동화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향수가 보편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으로 평가받으면서 간단하고 단순한 스토리지만 일본인의 장인(匠人) 정신이 감동을 주고 있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