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사회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한 주간의 숙제를 제시했다. 20년 뒤에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고 그 아래 어떤 사람으로 변하게 될 것인가를 묻는 것에 마음껏 산문형태로 써서 발표하자는 지시였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어떤 모습일까 하는 창조적 관념에서 실시한 것이 참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학생 각자 며칠 간 고민하면서 부모님과 상의도 하고 토론도 해서 빚어진 결과여서 비록 천태만상이고 기상천외의 것들이었지만 30대 중반의 세대에 희망과 기대감이 너무 벅찼다고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문인의 제1인자는 어네스트 헤밍웨이다. 그는 산부인과 의사인 아버지와 음악 연주자인 어머니 밑에서 생활했으며 부모의 뜻과는 달리 전쟁 종군기자로 오랫동안 활약하면서 문인의 길로 나섰다. 1950년대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을만치 그의 작품은 뛰어났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노인과 바다`등 역작을 남겼고 아프리카 남미 등을 답사하면서 많은 명작을 남겼다. 필자도 소설의 무대인 킬리만자로와 남미의 쿠바에 있는 헤밍웨이 박물관 현장을 다녀왔다. 단편 소설 `20년 뒤에`라는 작품에서 두 주인공이 20년이 지난 날에 둘은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친한 사이의 두 친구는 출세해 다시 만나기로 굳게 약속하고 각자의 길로 갔다. 20년 뒤 만나기로 했던 장소에 둘은 만났으나 공교롭게도 운명이 바뀌었다. 한 사람은 도둑놈으로 출세했고 또 한 사람은 그런 나쁜 짓을 한 강도범을 잡는 보안관이었다. 전신주아래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그 친구를 보는 순간, 보안관은 고개를 숙였다. 20년만에 만난 친구의 손목에 차가운 수갑을 채울 수는 없었다. 대신 동료를 시켜 현상붙은 사나이를 체포하기는 했지만 너무나 운명이 달랐다. 한 소설의 얘기지만 사람의 장래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내 인생은 내 지게에 져야 한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