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은 오는 8일부터 21일까지 신라인들은 제의 행위를 확인할 수 있는 특별전 `우물에 빠진 통일신라 동물들`을 개최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각종 유물들은 지난 1998년과 2000년 국립경주박물관 경내에서 통일신라시대의 우물 2기에서 출토된 것이다. 이 우물 속에서 토기, 목기, 금속기 등의 생활유물과 함께 많은 동물뼈가 발견되었다.
특히 여기서 열 살 쯤 된 어린아이의 뼈도 함께 나왔다. 이번 특별전은 당시의 조사 내용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전시회다.
박물관측은 이번 전시를 동물고고학적 시각에서 1천200여년 전 이 땅에 살았던 9세기대 통일신라의 여러 동물들을 살펴볼 수 있는 최초의 전시다고 밝혔다. 또 신라의 수도 서라벌에 살았던 신라인들의 정신 세계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경주 월성의 동남쪽에 자리한 이 2기의 우물 주위에서는 건물지, 도로, 담장 시설 등도 함께 조사되었다.
특히 첫째 우물에서는 출토된 `南宮之印(남궁지인)` 명 기와편은 신라 왕경을 추정하는 중요 자료다. 더욱이 이번 전시에서 동물뼈는 발굴조사된지 10여년 만에 동정(同定·생물의 속(屬) 종(種)을 결정하는 것) 작업을 거쳐 그 전모를 공개한다.
발견된 동물뼈로는 포유류(개, 고양이, 소, 말 등)와 조류(오리, 까마귀, 호랑지빠귀 등), 파충류와 양서류(뱀, 개구리), 어류(상어, 복어, 대구, 숭어, 등) 등 다양하다.
개와 고양이의 경우 유존 상태가 좋아 개체 복원이 가능하며, 개의 경우 입체적인 전시가 될 수 있도록 복제품도 제작하여 전시된다.
이 개는 우리나라 고대 유적에서 확인된 개 가운데 가장 큰 개체(길이 108㎝, 높이 53㎝)로 추정된다. 고양이는 집고양이가 아닌 야생고양이로서 고대 유적에서 확인된 사례가 드문데, 김해 수가리 패총과 안면도 고남리 패총 등에서 발견된 적도 있다.
이밖에 출토품은 병, 항아리, 수막새, 나무두레박, 나무빗, 청동제 장식판 등이다.
둘째 우물은 첫째 우물과 다른 동물뼈는 상대적으로 적었고, 어류는 상어, 농어, 도미, 대구, 민어 등 종류가 많았다. 반면에, 토기와 기와류, 금속그릇, 숟가락, 뒤꽂이, 나무빗, 나무두레박 등 460여점에 이르는 생활유물들이 출토됐다.
김현희 학예연구사는 “우물가에서 벌어진 제의 행위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전시회를 계기로 통일신라인들의 삶과 정신 세계를 엿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