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설(風水設)이란 음양오행설(우주간의 다섯 원기, 곧 금, 목, 수, 화, 토)에 기초해 민속적으로 지켜 내려오는 지술(地術)로 지형이나 집터 등이 사람의 화복과 관련이 있다는 거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산세가 기백하고 솔송이 우거지며 앞이 확트이는 곳에 강물이 흐르고 유명한 인사(人士)가 많이 배출되는 곳을 가리켜 터의 운수가 대통한 명당이라고 한다. 필자도 몇 해 전에 전라도 지방으로 유적답사를 다녀오면서 경남 의령군 정곡면 증교리에 있는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님의 생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 마을에는 솥바위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남강이 흐르는 곳에 솥단지 모양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가 있다. 물밑으로 세 개의 다리가 뻗어있다. 조선후기에 어느 도사가 남강을 건너면서 이 솥바위를 보고 “앞으로 이 지역 근처에서 국부(國富) 3명이 나올 것이다”라는 예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삼성(三星)이란 작명은 솥바위의 세 다리를 상징하는 것이라 한다. `새벽 별`처럼 생겨난 국부 3명은 삼성, LG(금성) 그리고 효성 등 재벌의 삼총사가 출현된 것이다. 요즘도 정초에 국내 굴지의 회사 대표들이 이 곳을 찾는 이유는 경영의 기(氣)를 얻기 위함이다. 지리산 산자락에 위치한 솥바위 주변을 터를 잡고 자라온 사람들은 그 전설속에 성장해 왔다. 그 당시만 해도 `먹을거리가 곧 하늘`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이식위천(以食爲天) 사상`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밥하는 솥은 권력을 상징하는 신물(神物)이었다는 것이다. 백성을 굶기는 것이 권력이 아니다. 남강 솥바위 정기를 받아 재벌이 된 이들 집안은 가부(家富)가 아니라 국민을 먹여 살리는 국부(國富)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설과 예언에 합당한 말이다. 그래서 지금도 언뜻 보기에는 미신 같은 것이지만 풍수를 믿고 거기에 능한 사람들은 아직도 그 설(設)을 믿고 있다. 터가 세다는 말도 그냥 넘길 말은 아닌 것 같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