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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병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1-06-02 21:19 게재일 2011-06-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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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일생일사(一生一死)`라는 말처럼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단계를 거쳐 한 번 태어나면 한 번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이 진리인 것 같다. 성서에도 보면 너는 흙에서 난 몸이니 흙으로 돌아가기까지 이마에 땀을 흘려야 낟알을 얻어 먹으리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 사람의 종착역은 죽음이다. 로마의 수사가 세네카는 그의 서간집에서 “죽음이 어떠한 장소에서도 너희를 기다리고 있을지 잘 모른다. 그러기 때문에 어떠한 장소에서도 죽음을 기다리라”고 했다. 죽음은 인간의 숙명이다. 어느 철학자가 말하기를 하루를 산다는 것은 죽음이 하루를 당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하루의 소중함이 매우 크게 느껴진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죽음은 우리들이 모든 것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되는 차금(借·빌린 돈)이며 한 순간의 이동인만큼 생각으로 밖엔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죽음은 육체에 있어서 가장 큰 최후의 변화이다. 내가 존재하므로 세상이 존재하고 내가 죽으면 세상도 없어진다. 몽테뉴의 `수상록`에 보면 “그대의 죽음은 우주의 질서 중의 한 토막이다. 그리고 세계 생명의 한 부분”이라고 했다.

죽음이 어디서 우리를 기다리는 지 알 수 없다. 그러니까 어디서든지 그것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자는 것이다. 인간이 살기 위해서 죽는지, 죽기 위해서 사는지 정치가도 숙명론자도 모르는 일이다. 죽음을 공자님만큼 진지하게 생각한 현인도 드물다. 죽음에 대한 물음에 `아직 삶도 제대로 모르는데 죽음을 어떻게 알겠는가`. 의미심장한 말이다. 죽음은 인간에게 있어서 엄청난 공포이다. 죽음을 종교적으로 다루는 단 하나의 방법은 죽음을 인생의 안목이라고 생각하고 또한 인생의 신성을 범해선 안되는 요건으로서 이해와 감동을 가지고 주시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죽음을 나의 것이라 여기지 말고 남의 것으로 생각하고 죽음을 소망하는 자도 비참하지만 죽음을 겁내는 자는 더욱 비참하다는 것이다. 죽음은 위대한 결말이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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