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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생각한다

김상현 기자
등록일 2011-05-31 23:04 게재일 2011-05-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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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포항지방해양항만청장
농경사회는 유목민족이나 해양민족의 공격적인 특성과는 달리 방어적이고, 모험이나 변화를 싫어한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모여 집단을 이뤄 살아야 하기에 안정된 질서를 유지해야 했고, 질서의 틀을 벗어난 행동은 이단으로 취급했으며, `장유유서`와 같은 상하 간의 윤리를 소중히 했다.

또한, 평균적인 인간을 요구해 개인의 개성은 억제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겼다.

우리들은 아직까지도 변화나 모험을 두려워하는 의식을 내면에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와 달리 바다는 세계로 통하는 길이며 예로부터 바다를 지배한 민족이 세계를 지배해 왔다. 마젤란의 신대륙 발견으로 금, 은과 같은 신대륙의 노다지를 실어 나르는 스페인, 포르투갈 상선대가 엄청난 부를 쌓았고, 영국은 19세기 바다를 지배해 전 세계에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건설 했다. 바다를 통해 부와 힘을 얻었던 것이다.

바다는 도전과 기회의 영역이다. 오늘날도 200해리 경제수역 선포와 같이 바다영토를 확보하기 위한 국제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바다는 아직까지 인류에게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고, 수많은 광물자원을 함유하고 있으며 미래 식량자원의 보고이기 때문일 것이다.

바다는 진취적인 기상을 가진 낙관론자를 향해 손을 벌린다. 때로는 이단적인 기질을 요구하기도 한다. 바다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심을, 무모한 도전의식을, 용기를 요구한다.

이제는 바다를 알아야 하고, 친숙해 져야 하며, 바다의 정신을 배워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바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어야 한다.

세계는 국제화·개방화되어 국가 간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다가 올 미래도 점점 더 불확실해 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우리민족의 미래 생존 전략의 하나로 거점 컨테이너 항로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연결해 물류중심국가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부산 신항, 광양항과 같은 주요 항만을 거점으로 배후에 물류와 가공 산업단지를 조성해 그 옛날 장보고 대사가 했던 것처럼 중계무역을 통해 부를 창출하고 미래를 대비하자는 것이 다.

동해안에도 활발한 환동해 경제권 형성의 큰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 2009년 8월 영일만항 개장으로 극동 러시아, 일본 연안, 중국 동안(東岸)으로의 컨테이너 항로가 열렸다. 또 부산 신항과의 연안 피더선 운항 및 동남아 항로 개설로 경북 유일의 해상 관문인 영일만항은 전 세계로 통할 수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물동량은 개장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우리에게 큰 희망을 안겨 주고 있다. 바야흐로 동해안 시대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민족은 무수한 외침을 받으면서도 반만 년 동안 끈질기게 명맥을 유지하며 정통성을 이어 왔다. 이제는 그러한 꿎꿎한 힘을 바탕으로 세계사에 우뚝 서, 인류의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할 때이다.

변화를 거부하고 안주하는 것과 같은 농경문화의 유산으로는 미래를 주도할 수 없으며 생존마저도 위태롭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한 문무왕의 해양릉과 같은 해양의 전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교문화에 젖어 너무나 오랜 기간 동안 바다를 멀리 하며 살아 왔다.

그러나 이제는 바다와 친구가 되어 바다로부터 진취적인 기상과 모험심, 도전의식을 배워서 세계사에서 가장 위대한 물류중심국가를 건설하여 희망찬 미래를 열어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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