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있다. 개최 100일을 앞두고 열린 이어달리기 행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와 유승민 주호영 의원,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 등이 김범일 시장과 함께 달리며 대회의 성공 개최를 기원했다. 그런데 평소 김 시장과 그렇게 우애를 과시하던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구와 경북은 여러 면에서 한 뿌리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같이 재선이기도 한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김범일 대구시장은 사석을 넘어 공석에서도 손을 잡고 나란히 입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딴전인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 양김이 육상선수권대회를 앞에 놓고는 전혀 모르는 상대로 돌아선 경우가 특히 그렇다.
대회 조직위원회의 한 간부는 “세계육상대회는 대구에서 치른다. 경북이 도와 줄 일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개최 장소가 대구인데다 관람객도 대구 사람들로 채울 것이며 따라서 경북은 전국의 일부분일 뿐 평소 형제이자 이웃으로서의 역할은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회에서 개최 장소도, 운영에서 체육계 인맥도 경북은 아예 배제한 듯하다. 경북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협력이 있었지만 육상선수권대회를 도와주기 위해 직원을 파견하지도 않았고 자체 기구를 만들거나 사람을 배치하지도 않고 있다. 그냥 강 건너 불구경하듯 육상대회를 보고 있다. 무슨 앙금이 두 지역 사이를 금가게 만들었을까.
백지화된 동남권 신공항 입지와 무산된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유치 과정도 원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대구시가 신공항 유치에 전력 투구하는 동안 경북도는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불평이 대구시 관계자들 사이에서 새어나왔다. 그러나 경북이라는 방대한 지역 특성상 대구가 주장하는 밀양과 멀리 떨어진 경북 북부권 등에서는 신공항에 대한 필요성이 아무래도 현실감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경북도 차원에서 손을 놓았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이다. 그러다가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유치전에서 이번엔 경북도가 섭섭해졌다. 대구시가 유치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공동으로 지역출신 인사들을 모아 설명회를 가졌는데도 대구시는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거로 든다.
거슬러 가면 대구와 경북의 불협화는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대구와 경북이 연합해서 성공적으로 치른 2003년 국제U(유니버시아드)대회가 끝난 뒤 이익금을 나누는 과정에서 앙금이 남아있을 수 있다. 당시 1천억원이 넘는 잉여금 중 150억원으로 책정한 경북도 몫을 놓고 `터무니없이 많다`는 주장도 대구시 내부에서 흘러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그렇다면 김관용 도지사가 들어서고 경북도청을 안동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때문인지 의심해 볼 수도 있다. 지난해 연말 경북도의회는 대구경북연구원의 2011년 지원액 3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연구원이 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를 받지 않는 등 성실(?)하게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도 않았다는 괘씸죄까지 추가된 것이다. 여기엔 도청이 이전하면 경북개발연구원을 독자 구성하겠다는 속내까지 감춰져 있었다. 올 추경에서 살려내긴 했지만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극히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의정 활동인데 필자가 괜히 대구와 경북의 불협화로 확대 해석하는 것이기를 바란다.
대회가 목전이다. 대구와 경북이 이번 육상대회를 계기로 옛 정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역의 수많은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도 양김이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대구와 경북은 비교 상대가 아니며 경쟁 상대는 더욱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