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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영주시 향우회

박순원기자
등록일 2011-05-30 21:22 게재일 2011-05-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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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사진기 하나를 메고 영주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 부석사를 향했다. 우물쭈물하다가 막차를 놓친 터라, 어느 택시 운전사분의 도움으로 땅거미가 어둑해질 무렵에 부석사 입구로 발길을 내디딜 수 있었다. 그리고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하산하는 그 시간에 혼자서 뚜벅뚜벅 산길을 올랐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에 산재한 사찰 중의 하나로 치부할 수 있는 부석사지만, 그 속에 숨겨진 사랑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울릴 수 있는 곳. 그래서 대한민국의 사찰 중에서 유일하게 여인의 영정이 모셔진 곳. 그곳이 영주의 부석사다.

그런가 하면, 내가 본 영주 사람들은 2가지 면을 가지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살펴보았던 영주사람들은 자신의 속내를 곧이곧대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결국, 이러한 모습은 여러 사람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였다.

반면, 서울 사람들의 단면이라는 가식은 없었다. 그저 주어진 대로 만족했으며, 막차가 끊어졌다고 절반의 요금을 받으면서 버스비로 천원을 남겨주던 한 아저씨의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지난 24일, 일말의 기대감을 품고 재경 영주시 향우회장을 맡고 있는 조동락 대군토론 회장을 찾았다.

△ 시작

“자랑할 게 뭐 있나. 진짜로 자랑할 것이 없어요. 인터뷰를 하려면 잘 돌아가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그런 향우회를 해야 하는데, 영주 향우회는 좀…”

조 회장의 첫 인사말이었다. 그러더니 기자들의 으레 있는 일인 노트북도 꺼내지 못하게 했으며, 수첩조차 손에 쥘 여유도 없었다. 결국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뇌의 기억력을 믿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자랑할 것이 없다`는 조 회장의 말이다. 본래 인터뷰라는 것이 일방의 말을 전하는 것이기에 좋지 않은 이야기가 기사로 쓰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야기는 그 자신이나 단체에 대한 자랑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첫 인사부터 이러한 인터뷰에는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라니, 적잖이 당황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어렵게 잡은 인터뷰를 날려버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현 26대 회장인 조 회장에 따르면, 영주시 향우회는 김창건 전 국회의원의 주도로 시작됐다. 그 시기는 “5·16 이후일 것”이라고 조 회장은 짐작했다.

조 회장은 “그 분이 참 잘하셨지만, 정치인이 향우회를 시작하면서 향우회 모임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시작된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래서 향우회가 시간이 흘러가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단호하게 이야기한 것은 “지금 향우회는 정치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 도약을 준비하는 향우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재경 영주시 향우회는 초기의 그것과는 달리, 정치적 모습과는 인연을 끊었다. 그러다 보니, 초기의 활발했던 향우회의 모습에 비해, 지금의 모습이 초라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향우회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동락 회장과 동석했던 권태환 사무국장은 “오히려 새로 시작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 역시, “모든 일에는 올라가는 시기가 있으면 내려오는 시기도 있고, 굴곡선이 있다”며 “그래도 영주시 향우회가 모임을 가지면 200명에서 400명은 참석하는 향우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영주는 선비의 고장으로 훌륭한 선비들이 이 고장에서 많이 배출되었고, 지금도 영주 출신으로 각계에서 훌륭하게 타의 모범이 되어 일하고 계신 분들이 많다”며 “10만 이상으로 추정되는 영주 향우들의 친목은 물론이고 영주 고향을 생각하며 고향의 발전을 위해 무엇인가 하고자 모인 단체”라고 강조했다.

△ 향우회란

매번의 인터뷰마다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는 한다. 아직은 고향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기자가 생각하기에, `도대체 무엇이 향우회라는 모임에 나오게 만드는 것일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이다.

조 회장에게도 어김없는 질문이었다. 대체 조 회장이 생각하는 향우회는 무엇일까.

조 회장은 “고향을 떠나 향우회라는 조직이 결성되는 것은 고향에 대한 정취와 그리움 향수를 달래기 위한 조직”이라면서 “이 밖에도 고향민으로서 서로 의지하고 화합하며 이웃, 고향민의 차원을 넘어서 형제애까지 만들어지는 것이 향우회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얼핏보기에 어쩌면, 틀에 박힌 인사말일 수는 있다. 하지만 향우회장이라는 자리의 특성상 많은 자금이 들어가고, 사실 머리아픈 일들이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단순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일까.

이에 대해, 권 사무국장은 “사실 지금의 영주 향우회가 잘 돌아간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은 이기적이기도 하다”며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으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있다. 그리고 고향에 대한 애정과 그곳 출신이라는 사람들과의 알듯 모를듯한 관심이 향우회를 이끌어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26대 회장을 맡고 있는 조동락 회장은 벌써 7년째 임기를 맡고 있다.

△ 미래

하나의 조직이 출범하고 그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라면, 몇 가지 상상을 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웃고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

어느 향우회의 어른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런 모습이 연출이 된다면, 억만금을 내도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조 회장 역시, “많은 숙원 사업이 이뤄지길 바라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재경 향우회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작지만, 이를 통해 다양한 모습의 사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쉬움은 있다. 바로 영주시에 대한 부분인데, 다른 여타의 시와 군이 향우회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반해 영주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모습이 재경 향우회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이라는 것.

권 사무국장은 “올해에야 겨우 철쭉제에 영주시에서 관심을 가지며 재경 향우회와 약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어찌 됐든, 현재 재경 영주시 향우회는 다음번 도약을 위한 준비단계에 있다.

많은 향우들이 모여 웃을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바로 내일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먼 훗날일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누군가의 노력이 있고, 그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박순원기자

■출신 인사 누가 있나

선비의 고장인 영주시. 지역 출신의 정치인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박세환 전 의원과 강신옥 전 의원, 안영근 전 의원 등이 영주 출신이며, 현 한나라당 중진인 홍사덕 의원과 유승민 의원도 영주 출신이다.

그런가 하면, 재계에도 많은 인물이 있다. 임병도 천영건설 회장과 안상인 안국상사 회장, 최용환 대우건업 회장, 강경식 동부그룹 금융보험부분 회장 등이 있다. 또 법조계에도 많은 인물이 있는데, 강신욱 전 대법관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외에도 이명재 전 검찰총장, 황상구 법무법인 유비즈 대표, 김창홍 법무법인 호민 대표 등의 고향이 영주다.

이외에도 영주 출신에는 전 상지대 김찬국 총장이 있으며, 강달희 전산문화연구원 원장도 영주 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이두식 전국대학배구연맹회장과 장향숙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도 영주를 고향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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