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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이 위험하다

이승택·신동우기자
등록일 2011-05-25 20:58 게재일 2011-05-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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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출신 여성이 한국에 시집온 지 9개월만에 남편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 지난해 7월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됐던 베트남 신부 살인사건에 이어 10개월만에 또 일어난 비극이다.

청도경찰서는 24일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임모(37)씨를 검거했다. 임씨는 이날 새벽 1시10분께 한 원룸에서 베트남 출신 아내 황모(23)씨를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황씨는 지난해 4월 베트남 현지에서 대구 국제결혼업체의 소개로 임씨와 결혼한 후 그해 8월3일 입국했다. 사건 발생 고작 19일 전에는 남자아이도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직후 현장에서 200m 떨어진 지하도에서 속옷 차림으로 흉기를 들고 배회하던 임씨를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부부싸움 중 이혼문제가 나오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장에 들어가 보니 피가 가득했으며, 생후 19일된 아이는 황씨 시체 옆에 누워 울고 있었다”고 당시 참혹한 상황을 전했다.

△또 다시 발생한 비극

결혼 이주여성의 비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보험금을 노리고 캄보디아인 신부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집에 불을 질러 살해한 강모(45·춘천)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7월 부산에서는 베트남 신부 탓티황옥(20)씨가 시집온 지 8일 만에 남편 장모(47)씨의 손에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다.

탓티황옥씨 사건은 당시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돼 `국제결혼 비자 심사 기준 강화` 등 국제결혼에 대한 법적 감시가 강화되기도 했다. 탓티황옥씨를 살해한 장씨는 1심에서 정신분열증을 이유로 징역 12년 형을 선고 받았다.

△범죄에 노출된 결혼 이주여성들

결혼을 위해 타향으로 이주해 온 외국인 신부들은 일반 시민들보다 범죄에 취약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자신의 상황을 주변에 알릴 수 있는 창구가 취약한 까닭이다.

이번 청도 사건 과정에서도 숨진 황씨는 평소 시댁에서 생활해 오다 지난해 10월5일부터 11월22일까지 가정불화를 이유로 이주여성 쉼터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가정폭력이 없었고 단순한 고부 간의 갈등으로 판단했던 쉼터 측은 황씨를 가정으로 돌려보냈다. 그 후 황씨는 시댁에서 분가해, 사건이 발생한 원룸에서 남편 임씨와 아이 등 3명에서 가정을 꾸려 왔다.

사건 발생 후 당시 쉼터 관계자는 “한국어 교실에도 꾸준히 나오고,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었다”면서 “자주 남편과 다퉜다는 말을 듣긴 했어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국제결혼, 지원책은 제자리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1만1천17건이던 국제결혼은 2007년 1만9천214건, 2008년 2만5천594건, 2009년 3만1천180건 등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해에는 3만208건으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전국적으로 결혼 후 국내에 이주한 외국인 신부 수는 현재 2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농어촌의 국제결혼 비율은 27.8%로, 4쌍 중 1쌍이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이 추세로 가면 2050년이 되면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의 수가 우리나라 총인구의 5%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제결혼 증가에 비해 우리나라 대책은 초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는 부산 베트남 신부 살해사건 이후 외교문제 수습을 위해 지난해 10월 국제결혼 때 교제 경위·혼인 경력·경제력 등을 집중 분석해 비자를 발급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하지만 통계청 조사 결과 맞선을 본지 3일 안에 짝을 맺는 `속성결혼`은 여전히 전체의 25%나 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도 지원센터를 1개 이상씩 운영하고 있지만, 센터 참여를 모두 본인 자율에 맡기고 있어 사각지대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다문화가정들을 살펴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경제수준이 열악하다. 이들을 찾아가면 남편과 시댁 등이 부인을 센터에 보내는 데 심한 거부감을 나타낸다”면서 “이주여성들에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모두 `자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지원헤택을 줄 수 있도록 경찰·출입국관리사무소·정부·민간기관 등이 연계한 연합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택·신동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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