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과학벨트의 경우도 지난 신공항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는 공정성도, 객관성도 합리성도 없는 정치적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영남권 주민들은 결코 이를 승복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가 미리 제시했던 과학벨트사업 결정 일정을 앞당긴 것과 공식 결정발표 이전에 일부 언론에 결정 내용을 흘린 것 등을 보면 정부가 미리 정치적 결론을 내려놓고 계획된 수순에 따라 발표하는 속임수를 드러낸 것으로밖에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입지평가 기준도 경북도의 항의대로 객관적 공청회 등을 통한 결정 없이 정부의 편의대로 정함으로써 자의적 결정이나 다름없는 매우 불공정한 것이란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대표적인 불공정 기준이 공항과의 접근성과 기초단체와 광역단체의 동일수준평가 등이 그것이다. 신공항을 무산시켜놓고 수도권 공항과의 거리를 잣대로 삼았다는 것은 처음부터 사업신청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고, 대전시의 대덕구를 경북, 울산, 대구 등의 3개 광역단체와 같은 평가기준에서 비교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차별적 조치인 것이다. 연구기반구축집적도면에서도 경북·울산·대구 과학벨트와 비교해서 왜 차이가 나는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없다. 영남권에도 박정희 대통령시절 이래로 과학 인프라가 엄청나게 구축되어 왔음은 선진외국에서도 알고 있다.
더욱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MB정권의 정치적 결정이 왜 수도권에만 치우치느냐는 것이다. 국민들은 대전 이북은 교통과 생활권으로 보아 벌써부터 수도권으로 보고 있다. 인천공항의 대규모 확장과 충청권에 행정수도와 첨복단지를 준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과학벨트까지 넘겨준 것은 수도권 몰아주기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신공항과 과학벨트의 입지결정은 모두 크게 보면 수도권 지배세력의 기득권 증대이며, 좁게 보면 이미 지방보다 엄청난 땅값 혜택을 입고 있는 수도권 자산가의 재산불리기 효과 증대를 도모한 셈이다.
그렇지 않다면 영남권 몰표를 받아 당선된 대통령이 정치적 결정을 내리면서 왜 이렇게 수도권에만 특혜를 주었을까. 대통령 자신을 포함한 수도권에 이익이 걸린 기득권 정치세력은 표 보다는 이익의 향방에 따라 정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국가정책을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다루지 않는 정권에 대한 피해지역민의 결단은 정치적 생존권 투쟁에 나서는 길 뿐이다. 우선 과학벨트결정 백지화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이와 함께 수도권이 기피하고 있는 방폐장과 신원전사업을 기필코 반납해야 한다. MB정권이후 국가정책과 관련, 노골적으로 수도권 이기주의의 극대화를 가치기준으로 삼고 있는 이른바 주류언론이라 불리는 서울지방지 성격의 언론들에 대한 강력한 종합 대책도 필요하다. 앞으로는 충청권처럼 지역당 지역으로 비판받는 한이 있어도 수도권의 기득권 옹호 정치세력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야한다. 또한 모든 비수도권이 함께 힘을 모아 지역균형 발전과 지방분권을 통한 생존권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강력한 정치적 연대나 동맹을 맺어야 할 것이다.
내년이면 총선과 대선이 있다. 먼저 MB정권에서 소외된 달구벌의 대구권과 빛고을의 광주권이 동맹을 맺는 이른바 `달빛 동맹`을 추진하는 것은 어떨까. 이미 고향과의 이해관계가 멀어져버린 수도권 영호남 정치인들을 믿지 말고 현지 주민들 끼리 손을 잡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