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안보정상회의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주창하여 열리게 되는 핵무기확산과 핵테러리즘 위협에 대응한 회의이다. 지난 해 4월 워싱턴회의 이후 내년 3월에 열릴 핵 안보정상 서울회의는 세계 50여 개국의 정상이 참석해 핵 문제를 다루게 될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다. 북한은 이러한 주요 국제회의에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유연하면서도 적극적인 메시지에 주목하기 바란다.
북한은 먼저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믿어야 한다. 북한의 핵 포기 권유는 북한을 무력하게 만들어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남북관계에 있어 북한의 핵 포기가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까닭이 있다. 북한의 핵은 우선 남북한 간 대등한 군사적 균형이 아닌 비대칭적인 군사구도를 제공하여 대화와 교류에 불평등한 분위기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핵무기는 가공할 만한 무기이기도 하지만 북한에 핵이 있는 한 우리 한반도의 주변 국가들은 한반도의 통일을 쉽게 지원하지 않을 것이며 동북아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회의에 초청하는 것은 단순히 회의에 동참시키려는 의미만은 아니다. 핵을 포기한 북한을 우리와 국제사회가 북한체제에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또 함께 힘을 모아 북한의 경제부흥을 본격화 하자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 북한이 처해 있는 국제사회에서의 입장으로 볼 때 북한이 핵을 고수하는 한 국제사회는 경제적으로 북한의 목을 조이겠다는 유엔 안보리 제제 안에 동참할 것이므로 북한의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핵 안보정상회의에 초청을 수락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면 북한은 정치적 입지개선 및 경제적 환경변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되는 것이다.
중동 발 민주화 바람이 전 세계 독재국가들에 불어 닥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는 자신들의 수령정치의 특성상 그 어떤 도전이나 정치적 불안정도 없을 것이기에 체제는 유지될 것이라 자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북한의 체제는 비대칭무기로 무장하거나 도발을 통해 전쟁 공포감을 유발함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는 때 비로소 유지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굶주리는 국민의 불만을 무엇으로 막을 것인가. 경제를 회복시킴으로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 지켜 나가는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대화와 함께 이루어져야 할 도발에 대한 사과는 자존심 강한 북한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과거 김신조 청와대 습격사건이나 프에블로호 사건과 울진삼척 공비침투사건 등에서 북한 지도부가 보여준 바와 같이, 지도부는 몰랐던 일이며 군 내부 좌경 맹종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사과하며 꼬리자르기를 한 사실도 있었음에 가능성 여부를 기대해 본다.
최근 조금 조용해지긴 했지만 올해 초부터 북한 당국은 남북 당국자 간 회담을 조속히 추진하기를 바란다며 대화의 손길을 던지고 있다. 북한 당국이 진정성이 있다면 3대 세습을 기해 안정을 바라는 북한 지도부가 조속한 결단을 내려 이번의 제안을 받아들임으로 남북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