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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정 현 식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5-16 20:59 게재일 2011-05-1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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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말고도 던져놓은 한(恨)이 있구나. 다리 밑 빤히 보이는 속내가

먼저 시퍼렇게 멍들어져 있으니

2. 길이 난 길을 그저 가는

아직 끝나지 않은 한(恨)이 쓰여지고 있구나

팔백리 쓰고도 다하지 못한

긴 하나의 획

굽어 휘어

내 속까지 들며

저물 녘

저물 녘

젖어

인간과 함께하며 유유히 흐르는 강은 역사의 눈이다. 한시도 잠들지 않고 늘 푸르게 깨어 사람 사는 일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민족의 역사와 민중들의 희노애락을 다 지켜보아온 지리산과 섬진강. 아직 끝나지 않은 한을 간직하고 흐르는 강심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눈이 깊다. 이 땅 어느 강인들 골짝 골짝 서린 아픔들을 품고 흐르지 않는 것이 있으리오만, 섬진강은 근 현대사의 민족적 수난과 질곡을 생생히 응시해왔고, 이념으로 뜨거운 파르티잔들이 깊은 밤 가슴을 적시며 강을 건너 지리산으로 숨어드는 것을 보아온, 아픔의 역사를 생생히 보아온 눈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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