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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있는 교사와 훌륭한 선생님 - H 선생님께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5-13 23:45 게재일 2011-05-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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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영 시인
얼마 전 즐겨 듣는 라디오 방송 프로에 `용서`란 내용으로 특집방송을 했다. 청취자들이 응모한 원고였는데 꽤나 많은 편수의 글이 방송됐다. `용서`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가슴 뭉클했다. 그 중 한 내용을 들으면서 선생님을 생각했다.

방송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자신이 초등학교 졸업할 때였다. 공부를 잘 했기 때문에 교육장상을 받아야하는데 졸업식 며칠 전 담임선생께서 그 상을 다른 사람에게 준다고 했다. 교육장 상을 받는 아이는 그 학교의 학부모 모임에서 큰 역할을 한 유지의 자녀였다. 어린 마음에도 어찌 그럴 수 있냐며 비분강개하고 속상한 마음으로 담임선생님을 원망했다. 원고 내용은 그 때의 담임선생님을 용서한다는 내용이였다. 그 글을 쓴 사람 역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은퇴할 나이가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은사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학생들에게 편애하지 않고, 가난한 학생들에게 더 열심히 지도했다는 내용이었다.

H 선생님

방송 속의 그런 교사가 있었음에도 예전에는 교사란 직업이 크게 존경받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오늘 우리 교단의 교사들은 우러러보는 위치에 있지 않음을 선생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각종 평가로 교사의 능력을 인정하려는 제도적 장치가 마치 물건을 생산하는 공장 같은 공간으로 학교를 변모시키고 있으며, 교사 역시 능률 확대를 위한 조직의 한 구성원이나 별반 다를 바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우리의 교육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한다.

며칠 전 어느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생님의 근황을 알게 되었다. 다문화 자녀들이 학교의 과반수 가까이 되는 해맞이 바닷가 오지에서 그야말로 어린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아빠와 헤어진, 엄마 없는 빈 자리를 채워주려 노력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어쩌면 진정한 우리 교사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학교에 갓 들어온 1학년 아이가 안아달라고 했을 때 그 아이를 엄마처럼 포근하게 안아주는 역할은 초등학교 교사라면 누구나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어린 아이가 업어달라고 하니까 그 아이를 업고 학교를 돌아다녔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선생님한테 배우는 아이들은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이들의 기본 교육은 아무래도 학교이기 전에 가정일 텐데 열악한 가정환경으로 부모의 따스한 손길 한번 제대로 잡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그런 역할을 한다는 것은 참스승의 모습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오월이 되면 언론을 통해 많은 선생님들이 모범교사라며 보도되곤 한다. 그런 자리에 선생님 같은 분들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상 받는 분들의 이력을 보면 보편적으로 많은 상을 받았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분들은 훌륭한 선생이 아니라 능력 있는 교사가 아닐까란 의문을 품게 된다. 하나의 상이 또 다른 상을 가져오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상도 입신양명을 위해 쟁취한 것 아닐까란 의구심까지 갖게 하니 된이다.

하지만 그런 선생님들보다 현장에서 아이들과 호흡을 같이 하는 선생님 같으신 분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믿고 있다.

5월도 중순이다.

교실에 있는 수많은 선생님들이 다양한 성격과 가지각색의 환경에서 자라온 학생들에게 부모 같은 마음으로 사랑을 베풀고 꿈을 키워주고 있을 것이다. 아이의 빈 자리를 채워주려는 선생님 같은 분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 우리의 교육 현장이 그래도 아름다운 꿈이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고되고 힘들겠지만 그 자체가 가르치는 즐거움으로 여기리라 믿으며 선생님의 건강과 행운이 이웃 동료들과 함께 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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