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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의자의 슬픔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1-05-09 21:36 게재일 2011-05-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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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수년 전에 북유럽 5개국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그리고 러시아를 여행한 적이 있다.

그 중에 가장 감명깊은 방문지는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였다. 여러날 피요르드(빙산이 녹아 내린 강)와 세계 5대 미항중 하나인 베르겐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 여행의 단맛을 한참 느끼고 있던 무렵이었다. 모든 인류의 꿈의 무대인 노벨상 시상이 거행되는 현장을 가 보았다. 시상대에 올라 기념 사진도 찍고 식장 내부도 둘러 보면서 정말 위대한 인물이 된양 그 분위기마저 숙연한 곳이었다. 2011년 11월10일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거행되었지만 진작 주인공인 중국의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는 없었다. 그는 여전히 차가운 감옥에 갇혀 있었다. 노벨위원회는 중국에 항의하는 뜻에서 두 개의 빈 의자를 놓고 시상식을 거행한 것이 전세계에 중계되었다. 가족의 대리 수상도 허락하지 않은 중국 정부의 비난이 지구촌을 흔들고 있었다. 32년전 중국 개혁개방의 문을 연 등소평은 “재주를 감추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르라”했지만 지금 중국은 패권주의적 자만에 빠져 나라들 사이에 금이 가고 있다. 중국은 류씨의 노벨 평하상 수상을 계기로 인터넷 검열과 민주화인사 탄압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자유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은 과연 이런 중국과 상생할 수 있을 지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2시간 동안 거행된 시상식 행사에 금메달과 증서를 그의 빈 의자에 올려 놓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중국이 돈이면 다 된다는 `천민자본주의`로 인권 탄압을 계속한다면 중국의 장래에는 결코 희망이 없다. 세계의 민주 진영은 힘을 합해 일당 독재와 부패, 국수주의와 오만으로 똘똘뭉친 `중국의 세기`를 거부할 것이다. 야글란 위원장은 시상식 연설에서 류씨는 “단지 자신의 공민권을 행사했을 뿐”이므로 곧 석방돼야 한다말에 기립박수가 있었다고 한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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