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과수 부검 결과 바탕 사망경위 조사
이번 사건은 국내·외를 통틀어 보기 드문 엽기적 사건인데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조차 판별하기 어려워 경찰은 다양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당초 경찰은 이번 사건을 타살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전문가 감식 결과를 바탕으로 자살 등 다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김씨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발견된 자창 흔적(날카로운 것 등으로 찔린 흔적)이 각도와 방향으로 봤을 때 김씨 스스로 낸 상처일 가능성이 크다는 1차 소견을 경찰에 보냈기 때문이다.
4일까지 경찰의 수사 정황을 보면 김씨의 시신에서 발견된 못자국은 보통의 `못대가리가 있는 못`과 `못대가리가 없는 송곳 같은 못`(무두못) 두 종류다.
발견 당시 김씨의 두 발에 박힌 못은 원형 그대로였으나 두 손의 못은 못대가리 없이 날카로운 상태였다.
그다음 전동 드릴을 이용해 자신의 손에 미리 구멍을 내어놓은 뒤 십자가에 박아둔 무두못에 손을 끼워넣었다는 것이다. 두 팔은 붕대 따위를 이용해 십자가에 걸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십자가 설계도면과 십자가에 매달리는 법 등이 적힌 메모지 글씨 등도 김씨 자필인 것으로 김씨 가족이 확인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이 같은 자살 방식이 너무나 끔찍한 점 등을 감안해 자살방조, 타살 등에도 무게를 두고 사망경위를 다각도로 분석 중이다.
경찰은 또 특정 종교와의 관련성 여부도 조사 중이다.
종교계 관계자는 “김씨의 숨진 모습은 신약성경에 기록된 예수의 처형 당시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는 숨지기 전 만났다는 전직 목사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현재까지 연관성은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생활한 천막 안에서는 십자가를 제작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도면과 붕대 등에 손을 걸고 드릴로 구멍을 뚫는 순서 등을 적은 메모를 발견했다.
김씨의 딸은 경찰에서 “메모의 글씨는 아버지 것이 맞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김씨의 죽음이 전형적인 자살 형상이 아닌 탓에 타살로 보였으나 자살도 가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망경위와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씨가 자신을 예수와 동일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씨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A씨는 4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신앙 상담을 하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면서 지친 사람이면 누구나 우리 집에 와서 쉬었다가 가도록 했는데 2~3년 전에 카페 회원이던 김씨가 한 번 찾아왔었다”며 “김씨는 당시 얘기를 나누던 중 `신체는 달라도 삶이 그리스도의 정신이라면 내가 예수가 아닌가`라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양봉을 하는 A씨는 지난 1일 다른 2명의 토종벌 업자와 함께 문경시 농암면 궁기리의 한 폐채석장에 토종벌을 찾으러 갔다가 김씨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문경/신승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