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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듣는 귀

이경우 기자
등록일 2011-05-04 23:36 게재일 2011-05-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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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4·27재보선 결과를 두고 정당과 언론들의 민심 읽기는 너무나 제각각이다. 물론 단순한 산술적 결과를 놓고 보면 한나라당의 패배가 분명하다. 상대적으로 야당이 승리한 것도 확실한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말하기에는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에서 분당을의 손학규 국회의원후보와 강원도의 최문순 지사후보가 당선됨으로서 영향력이 큰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맞다. 그러나 다른 선거구의 재보선을 총체적으로 따져본다면 민주당의 선전이 언론에서 떠들고 있는 만큼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이전 선거에서 졌던 지역에서 이겼고 사법적 문제로 낙마했던 곳에서 다시 그 당의 당선자를 냈다는 의미는 부각될 만하다. 그러나 손 후보의 국회의원 당선을 대통령 후보가 탄생한 것 같은 의미를 부여하고 최문순 후보의 강원지사 당선이 같은 민주당이라 해서 직전 이광재 지사의 사법적 처벌까지 잘못된 것 같은 너무 부풀린 이미지를 주는 보도 논평이 과연 온당한 것일까.

한편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완패라고 판정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을까. 그 막강하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광과 야권통합 후보라는 강점, 현직 경남지사를 노무현 맨으로 당선 시킨 분위기, 김해 토박이가 아니라는 지역적 약점, 투명성 문제로 총리 후보 청문회서 낙마한 약점 등을 딛고 당선한 김해을의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의 경우는 큰 의미가 없는가. 김 후보의 당선은 안중에도 없는 듯 마치 이 선거의 패배자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인 듯 손학규 대표와 비교하는데 열을 올리는 여론은 언론이 대통령선거를 지나치게 앞당겨 불을 당기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렇다면 대통령선거만 하면 그만이지 무엇 때문에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하는지, 해괴한 느낌을 준다.

한나라당은 김해을 말고도 서울의 중구에서도 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서울시 전역을 쓰나미처럼 밀어붙였을 때의 생생한 기억을 떠올려보면 중구청장 당선의 의미는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수도권 압승이 몰고 온 여진이 손 대표를 당선시켰다고 할 수 있고 한나라당의 중구청장 당선은 민주당 쓰나미에 역류한 생존이란 엄청난 의미로 부각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언론의 시각이 손 대표의 당선에만 쏠리는 것은 대통령선거에 초점을 맞춘 견강부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그같은 언론의 인기몰이는 손학규 대표를 며칠새 유시민 대표를 따돌리고 대권주자 2위의 위상으로 부상시켰다. 언론이 이같이 여론 몰이를 해도 되는 것인지 이제는 국민들이 차분하게 생각해 볼 시점이다.

4· 27재보선의 결과는 여당이 패배한 선거이긴 하지만 국민들이 무조건 정부여당의 정책실패나 무능, 부정부패를 심판한 것이라 하기도 어렵다. 물론 이같은 정부 여당의 잘못을 비판하는 국민의 뜻이 크게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후보 선정에도 문제가 많지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분당을의 강재섭 후보는 여당의 공천과정에서 너무 심한 상처가 나기도 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을 정치적으로 성장시켜준 고향의 선거구를 두고 도망치다시피 선거구를 옮긴 그를 유권자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토박이론을 부르짖는다고 그에게 호의적이기만 하겠는가. 강원지사 선거에서도 보수진영에선 이른바 좌파로 분류해 놓은 엄기영씨를 단순히 인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치노선과는 상관없이 한나라당 후보로 급조 출마시킨 것이 처음부터 문제였다. 평소 엄 후보와 이념적 대립각을 세웠던 보수진영의 유권자들이 한나라당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흔쾌히 지지했을지 의문이다. 강원선거구의 외곽에 포진한 보수진영 인사들의 시선 또한 고울 리가 있겠는가. 여든 야든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정책 대결은 말할 것도 없지만 후보 인선에도 크게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선거의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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