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를 세계 억만장자 반열에 올려놓은 페이스북 열풍이 세계를 휘젓고 있다. 페이스북 사용설명서가 따로 책으로 나오고 그 사용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북아프리카의 재스민 혁명도 페이스북의 위력이 발휘됐다. 지난 4·27 재보궐선거에서도 페이스북은 제대로 한 몫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위트와 페이스북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사회 전 분야에 간여하지 않는 곳이 없다. 이젠 페이스북 회원이 아니면 아주 사회 루저가 될 판이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대세다. 통화보다 문자로 소통하는 것이 편리할 때가 있다. 지금 세상은 온통 페이스북과 트위트로 생각과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한다. 편리함으로 말하면 시공을 초월하는 그 가공할 전파력하며 속도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해 성탄절 밤 영국 브라이튼에 사는 42살의 여성 시몬 백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충격적인 글을 올린다. “약을 먹어 곧 죽게 될 것이니, 모두들 안녕”이라고 그러자 한 친구가 곧바로 댓글을 올렸다. 그녀는 늘 약을 과다복용 해왔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그녀는 결국 글을 올린 지 1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다. 그녀의 페이스북 친구는 1천82명이나 됐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경찰을 부를 때까지 전화를 걸거나 안부 확인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에 이민 간 대학 동창이 몇 년 만에 일시 귀국했다. 핑계 삼아 그를 아는 동창들이 모여 하룻밤 잔치가 벌어졌다. 학창시절 어울려 다니던 대구시내 골목길도 누벼보고 맥주도 들이켜며 모임엔 빠지지 않는 노래방 순례까지 풀코스로 이어졌다. 모두가 잠시 옛날로 돌아간 듯 기억을 되살려가며 서로에게 인격적 실례를 하기도 했다. 얼굴 붉혀지는 아슬아슬한 대목에서는 능청으로 모면하는 내공이 쌓인 연륜들이었기에 잔치는 위험 수위를 넘나들면서도 둑이 터지지는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이 모두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상황이었다.
밥을 같이 먹는 것은 그래서 상당한 투자를 필요로 한다. 먼저 시간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상대와 같이 하는 시간동안 정서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거래 관계가 아니라면 그렇지 못한 자리에서의 밥은 그야말로 밥맛이다. 어쩌면 속을 뻔히 알면서, 멀겋게 얼굴 들여다보고 비위 맞춰가며 표정관리 해야 하는 피곤함을 감수해가면서 밥을 먹는 만큼 불편함도 많을 것이다. 또는 공유할 현재 이슈나 과거사가 없으면 어색하고 별로 내키지 않는 자리가 되기 십상이다.
메일을 통해 친구 요청이 들어왔다. 요청을 수락하고, 친구를 찾고 그리고 담벼락에 댓글을 남긴다. 언제 밥 한 번 먹자고. 시시콜콜 주변사를 사이버 공간에 남긴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만났다면 `밥 한 번 먹자`고 하고 지나칠 친구들과 이런 저런 주변사를 나눈다. 그러면서 딱히 밥 먹으면서 정을 나눌 사이가 아닌, 사이버 공간에서 따로 투자할 부담 없는 정보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페이스북 친구는 정말 간편하다.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고 어색한 얼굴과 불편한 대면을 하지 않아도 된다. 립 서비스보다 훨씬 진보한 손가락 끝의 수고로움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 한국과 미국같이 떨어져 있어도 곧바로 소식을 알 수 있고 또 생각을 교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밥을 같이 먹으려면 시간을 투자하고 발품을 팔아야 한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그런 부담을 갖는 것이다. 페이스북 친구와 밥 같이 먹는 친구는 그래서 같은 친구이면서도 다른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