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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행동 언어이다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5-02 23:09 게재일 2011-05-0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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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안/포항중앙교회 부목사
올해로 결혼 15주년을 맞았다. 매년 나의 결혼기념일은 날짜가 바뀐다. 15년 전 부활주일 다음날, 월요일에 결혼식을 했기 때문에 `부활주일 다음 날`을 결혼기념일로 정한 탓이다. 매년 결혼 햇수만큼 장미를 아내에게 전하고, 점심 한 끼 같이 하는 것이 내가 의무적으로 해오던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내 손으로 아내에게 선물을 한 적이 없다. 이번에는 큰 맘 먹고 백화점에서 작은 십자가 목걸이를 사고, 장미꽃 15송이와 함께 아내에게 전했다. 고도원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예쁜 책도 함께 말이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아내는 기쁨이 되었던지 장미 옆에서 목걸이를 하고 앉아 인증 샷을 찍어 핸드폰으로 보내왔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이 있는 행복한 달이다. 가로수들은 푸르름을 더해가고, 영산홍은 붉음을 꽃피우며, 꽃잔디는 오순도순 모여 보랏빛 향연을 펼친다. 사랑을 나누기에 너무도 좋은 계절이다.

게리 채프만은 `5가지 사랑언어`라는 책에서 사람마다 사랑의 언어가 다르다는 사실을 갈파했다.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육체적인 접촉”이 그것이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하는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전혀 감동이 되지 않는 것은 사랑의 언어를 모르고 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격려의 말을 듣기를 원하는데, 아내는 말없이 맛있는 저녁 식사를 준비함으로써 남편을 격려하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은 우울해 하고, 아내는 영문을 모른다. 아내는 아이들 없이 남편과 단둘이 호젓한 시간을 갖기 원하는데, 남편은 아내에게 꽃다발을 안겨 줌으로써 사랑을 표현한다. 그래서 아내는 시큰둥하고, 남편은 당황한다. 남편은 남편의 방식으로, 아내는 아내의 방식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우리 큰 딸은 늘 가까이 와서 기대기를 좋아하고 치근거린다.“왜 이래 기대냐”며 저리가라고 소리치곤 하였다. 알고 보니 딸의 사랑언어는 접촉이었다. 하루는 딸을 3분 동안 꼭 껴안아 주었다. 그랬더니 한동안 기대지도 않고 행복해 하며 지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물만이 사랑은 아니다. 상대방이 사랑으로 느끼는 것을 가지고, 그 언어로 사랑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은 단순한 낭만이나 추상이 아니라 행동언어이다.

성경에서 사랑장으로 알려진 고린도전서 13장에는 사랑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린도전서 13장 4-7절).

그렇다. 사랑과 감기는 숨길 수가 없다고 하지 않던가. 오늘도 우리 주위에는 사랑에 갈급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아프리카 밀림에 사는 우츄프라카치아라는 식물이 있다. 이 식물은 누군가 혹은 지나가는 생물체가 조금이라도 몸체를 건드리면 그날로 부터 시름시름 앓아 결국엔 죽고 만다고 한다. 그래서 결벽증이 강해 누구도 접근하기를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식물을 연구한 박사가 몇 십년을 연구하면서 또 그만큼 시들어 죽게 만들었다. 그런데 박사는 이 식물이 어제 건드렸던 그 사람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건드려주면 죽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없이 결백하다고 생각했던 이 식물은 오히려 한 없이 고독한 식물이었다.

내 아내는 고독한 우츄프라카치아는 아닌가, 내 남편은, 내 아이들은, 내 이웃은… 오늘도 사랑이 필요한 고독한 이들에게 나의 사랑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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