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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끝에 골병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1-05-02 21:11 게재일 2011-05-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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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발달과 건강에 대한 관심 탓으로 사람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있다. 그러나 건강한 3모작 인생만 늘어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질병·고독·빈곤 등 3중고(苦)에 시달리는 어르신들이 늘어난다. 특히 80대 이상이 많다고 한다. 통계청 고령자 통계에 의하면 80세 이상 노인의 3대 애로사항은 건강·경제난·외로움(소외감) 순이라 한다. 60, 70대에게 없던 외로움이 80대에게 주요 애로사항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외로움으로 고통받는 어르신들은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조사에 의하면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102만명, 이중 80세 이상은 30만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혼자 사는 노인은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많다”며 늘 혼자 식사를 하면 입맛이 떨어져 기본 영양소를 섭취하기 힘들고 정신건강도 나빠진다고 한다. 28년 째 혼자 사는 88세의 어느 할머니는 한 달 수입은 기초노령연금 9만원이 전부라 한다. “해준 것도 없는데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가 어렵고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자가 될 수 없다”는 딱한 사정도 있다. 복지관에서 배달해주는 도시락으로 때운다고 한다. 더 서글픈 것은 외로움이라 한다. 가장 힘드는 것은 몸이 아플 때 가장 슬퍼서 혼자서 눈물만 흘릴 뿐이라고 한다. 행복한 인생 3모작의 또 다른 적은 치매·암·고혈압·당뇨 등의 질병이다. 먹고 살기에 급급한 데다 보살펴주는 사람이 없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너무 늦어 병고에 시달리는 노인의 수가 점차 늘고 있는 형편이다. 젊었을 때 모은 재산 자식에게 주고 나니 가진 것이 없어 매미 껍데기 고목나무 지키듯 늘 적적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자식사랑에 정이 많아 한 번이라도 찾아주고 손자, 손녀 얼굴 보는 것이 살아 생전에 소원인데 그것마저 차단된 상태라 한다. 젊어서 게으른자가 늙어서 장수한다는데 허리가 휘어지도록 자식만을 위한 일생-고생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헛말이 된 거라고 한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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