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릴 때 가장 많이 하는 놀이가 가위, 바위, 보이다. 이러한 게임으로 온갖 놀이를 판정 짓는 역할을 하므로 여기에 대한 승부에는 아무도 항의나 거절도 할 수 없게 된다.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이라서 희비가 엇갈려 그 뒤가 더 재미있다. 이긴 사람의 태도는 당당하고 진 사람은 아쉬워도 다음 기회가 또 있기 때문이다. 가위, 바위, 보의 재미는 각기 모양을 달리한 손을 내밀어 순서나 승부를 정하는 방법으로 가위와 바위와 보로 하되 가위는 보에, 보는 바위에, 바위는 가위에 이기는 것으로 모든 결정을 끝맺는다. 그런데 모든 경기에는 승부가 있고 등위와 순위가 있기 마련이다. 승부는 이김과 짐, 곧 성패를 말한다. 경기의 3요소는 선수와 심판과 관중(응원단)이라고 한다. 파인(Fine) 플레이가 되고 페어(Fair) 플레이는 앞의 3자가 모두 인정하고 뒷말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거기에 승부의 조작이나 부당한 짓을 했다고 하면 어느 한 쪽이든 항의와 승복은 없을 것이고 문제가 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대만의 태권도 선수가 누구도 인정할수 없는 전자 부착물을 발목에 차고 있었다고 해서 우리 선수가 메달을 놓쳤다. 심판이나 관중, 그리고 선수 자신도 인정한 사실이기 때문에 정규칙에 따라 판정이 나온 것이다. 선수의 고의성이 없으면 운수에 맡기고 물러서는 것이 상책이고 관례이다. 그런데 지도자인 우리나라 빙상계의 거목들이 제자들의 대학 입학을 위해서 시합은 쇼고 자기들끼리 커피숍에 앉아 가위, 바위, 보로 미리 등위를 정해 제자들을 대회에 출전시킨 사례가 있어 건전한 스포츠에 먹물을 끼얹었다. 순간적인 판단의 잘못으로 순위가 바뀌고 눈감아 주는 일은 간혹 들어보았지만 왕년의 금메달 딴 사람이요, 공영 방송국의 해설자인 코치가 할 일이 아니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