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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길 확장공사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4-19 23:07 게재일 2011-04-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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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안 / 포항중앙교회 부목사
초보운전자들이 자동차 뒷 유리에 붙이는 글귀는 다양하다. “왕초보”에서 시작하여 “R아서 P하슈”, “미치겠쥬? 지는 환장하겠시유”, “이 차에는 어린 운전자가 타고 있습니다” “좌우 백미러 전혀 안 봄!” 등 우리를 웃게 만드는 문구들도 많다. 사실 좌우를 보기 싫어서 안 본 다기 보다는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 핸들을 꼭 잡고 오직 앞만 보고 가게 된다. 주위의 차량 흐름을 전혀 생각할 수 없을뿐더러 차선을 옮기고 싶어도 잘 되지 않는다. 초보 운전자의 특징은 주위를 살피지 못하고 자기 길만 달린다는 사실이다.

인생의 초보 운전자도 그런 것 같다. 늘 자기 차로 밖에 알지 못한다. 사실 인생길이란 단순히 1차로만 있는 것이 아니다. 4차로, 16차로보다 넓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차로로 달리지 않는다고, 나와 비슷한 속력으로 가지 않는다고 상대방을 나무랄 수 없다. 좁은 길을 운전하는 사람은 자기 길 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다른 길을 운전하는 사람을 이해하거나 용납하지 못한다. 마음의 길 확장공사가 필요하다.

최근에 동역하던 교역자가 임지를 옮기는 일이 있었다. 너무도 짧은 기간에 다른 사역지로 이동하게 되면서 내게는 괴씸한 생각도 들고,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 목사님은 그런 와중에서도 “임지가 있어서 다행이다. 옮기는 교회는 참 좋은 교회이고, 그 교회 목사님이 너한테 잘 맞을 수 있겠다.”고 격려 해 주시는 것이 아닌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는 우리식 감정과는 다른 말씀이다. 8차로를 달리는 넓은 지도력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게 된다.

내 마음의 확장공사가 필요함을 느낀다. 인생길에는 4~5차로에서 달리고 있는 사람도 있고, 나를 추월하는 사람도 있으며, 지그재그로 달리는 사람, 느릿느릿 가는 사람, 별의 별 사람이 다 있다. 내 수준에서 내 생각만 하면 안 된다. 넓게 보고, 함께 보고 가야 한다. 좁게 보는 사람은 초보운전자다. 넓게 보는 사람이 진정한 지도자이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에 있는 성도들에게 권면하기를 “고린도인들이여 너희를 향하여 우리의 입이 열리고 우리의 마음이 넓어졌으니 너희가 우리 안에서 좁아진 것이 아니라 오직 너희 심정에서 좁아진 것이니라. 내가 자녀에게 말하듯 하노니 보답하는 것으로 너희도 마음을 넓히라”고 하였다(고린도후서 6:11-13). 고린도의 교인들이 서로 분쟁하고 용납하지 못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삶을 산 것은 좁아진 마음 때문이었다. 바울은 아비의 마음으로 자녀들에게 말하듯 “마음을 넓히라”고 고린도 교인들을 권면하였다.

오늘 사회나 교계가 시끄러운 이유는 좁은 마음의 사람 때문이다. 특히 지도자는 1차로를 달리는 초보운전자가 되면 안 된다. 넓게 보고 멀리 보면서 함께 달릴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사회적 용어로 “똘레랑스”가 필요하다. 즉 내가 동의하지 않은 상대방의 생각이나 의견을 그대로 용인하는 정신이다. 똘레랑스는 서로 다른 의견을 절충해서 합일점을 찾는 타협이 아니다. 그보다 한 차원 높은, 서로 다른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것을 견디어 내는 것이다.

88고속도로가 처음 만들어질 때는 참 멋진 도로였다. 그러나 지금은 지방도로보다 형편없다. 지금도 확장공사는 진행 중이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나의 마음의 길을 넓히기 위해, 자기 길 밖에 모르는 초보 운전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룩한 창조주 하나님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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