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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신공항, 毒이 될까 藥이 될까

이경우 기자
등록일 2011-04-18 23:22 게재일 2011-04-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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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대구본부장
정부가 신공항을 백지화 한다고 발표하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지금 당장 경제성이 없더라도 동남권 신공항은 필요하며 앞으로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한 이튿날 지역구인 대구에 와서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는 신공항 유치 운동을 벌일 때는 한 마디도 않다가 뒤늦게 재추진해야 한다는 발언은 무책임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재추진 주장이 대통령의 백지화에 대한 성토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공헌도 한 만큼 이 대통령에게 박 전 대표는 소방수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면 신공항 재추진은 박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독(毒)이 될까, 약(藥)이 될까.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음 정권에서 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그들은 중앙 언론에서 신공항 백지화설이 불거지면서 본격적으로 `신공항은 밀양으로`를 외쳐댔다. 마치 “내가 앞장서서 목청 돋우는 것 봤지?” 하는 식이다. 그러나 신공항이 정말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할지는 솔직히 미지수다. 오죽했으면 일부 중앙 언론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대구·경북 사람들이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을 믿고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는지 궁금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을까. 어떤 사람들은 “그래도 선거 때면 또 줄서서 특정 정당에 몰표 주는 행태를 반복할 사람들”이라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임기 2년을 채 못 남긴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동남권 신공항을 어디로 결정했더라도 경제적 부담은 없었을 것이다. 사실 동남권 신공항은 김해공항이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 이후, 적어도 10년 이후의 이야기이고 공항을 건설하는 데만도 상당 시일이 소요되는 역사다. 그런 만큼 이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내에 어디에 짓겠다고 해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 대통령의 임기 동안에 신공항을 착공할 일은 없을 테니 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신공항 결정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결국 지방보다는 수도권의 이익을 대변한 결과였다. 무엇보다 영남권의 양분된 여론에 따른 정치적 고려 때문이었다고 밖에는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 경북 경남 울산과 부산이 양분돼 있으니 어느 한 쪽 손을 들어주어서 얻는 이익보다는 손실이 훨씬 크다는 것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대구에 와서 떳떳하게 밝힌 데서도 분명해졌다. 정 최고는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포럼에서 “신공항은 어떤 결론이 나도 정치적으로 마이너스였다”고 털어놨다. 신공항이 밀양으로 결정됐다면 부산 민심이, 가덕도로 결정됐다면 대구경북 민심이 `총 들고 들어갈 태세`였다고 말해 백지화가 “마이너스가 최소화되는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김범일 대구시장도 대구시의회에서 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가 한 것이 뭐냐, 전략과 전술에서 부산에 비해 체계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서다. 김 시장은 “공항 전문성이 부족했고 수도권의 알레르기 반응이나 무관심에 대한 전략이 부족했다”고 고백했다. 또 부산과는 끝까지 노력해서 합의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상의 명수는 모두가 이기는 제안을 내놓는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낸다. 그것이 상대에 따라 명분일 수도 있고 실리가 될 때도 있다. 그래서 양측을 모두 만족시킨다. 무조건 떼쓰는 전술만으로는 신공항이 동남권에 들어설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쯤에서 박 전 대표의 지혜가 궁금해진다. 중앙을 설득하고 영남 5개 시·도를 아우르는 묘방이 무엇인지 기대되는 것이다. 이제는 박 전 대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을 더 이상 비켜갈 수만도 없을 것이다. 박 대표로서는 정치력을 발휘할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기도 하다. 신공항 재추진이 박 전 대표에게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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